[경인일보=목동훈기자]연평도 학생 대부분이 인천의 임시거주지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교육청의 '연평도 학생 임시주거지 인근 학교 분산 배치' 조치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인일보가 지난 26일 연평도 학생들의 등교 현황을 조사한 결과, 128명의 초·중·고생 가운데 14명만 임시거주지 인근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 학교 상당수는 연평도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스파월드(연평도 피란민 임시숙소)와 가까운 신흥중과 신흥여중의 경우, 연평도에서 피란을 나온 학생이 단 한 명도 등교하지 않았다. 22명이 배정된 신선초는 8명의 학생만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았다.

연평도에서 나온 중학생 26명은 모두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연평도 고등학생(19명)은 생활과학고와 인명여고에 1명씩 총 2명만 등교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연평도 학생을 배정했다는 통보는 받았다"면서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인스파월드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은 찜질방 내 놀이방과 PC방에서 놀고 있었다. 연평도 피란민들이 모여 있는 인스파월드는 매우 어수선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장모(초5)군은 "월요일부터 학교를 가야 하는데, 교과서도 없고 옷도 두 벌 밖에 없다"며 "다음달 9일이 기말고사인데 공부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차모(중2)군은 "아직 거주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어느 학교를 다녀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인스파월드에 있는 피란민들은 연평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나근형 교육감은 28일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사항을 수시로 파악해 구체적인 교육대책을 결정,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생 배치를 현실에 맞게 재검토하고, 연평도 교사와 학생들이 한 곳에서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시교육청은 연평도 학생들을 내달 6일부터 빈 교실이 있는 운남초등학교에 모아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평도에 연평초중고 건물을 새로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지난 26일 인스파월드를 찾아와 학부모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설 차관은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업에 불편이 없도록 추가 예산 지원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