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2007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72%는 '정부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한 사회'란 화두가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구태여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주변의 수많은 비공정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장관 내정자들이 지난 청문회에서 보여 준 비공정한 실태들은 우리 지도층이 얼마나 공정성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학벌·지역 등에 따른 차별을 생각해 보자.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이 제기한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진정성의 여부나 세습에 대한 도덕적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 사회를 이루려고 하는 시민들의 의지 내지는 합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정한 사회가 어떤 모습의 사회이고 이 공정 사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두 가지의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공정 사회란 절차와 과정과 규정이 준수되고 이를 뒷받침할 법치주의가 실현되어 있는 사회이어야 한다. 또한 인권을 중시해야 하며 시민의 도덕성이 회복된 사회일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이런 공정 사회를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 한국 전쟁, IMF위기로 인해 급격한 변동을 겪었기에 늘 생존에 급급해왔다. 따라서 공정한 사회를 이룩할 여건이 성숙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존 논리를 앞세워 불공정 행위를 정당화하고 이것이 누적되어 불공정 사회를 고착화시키기까지 했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화두가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이 국민적 공감대와 공론화를 가져왔다고 하여 더불어 해결책도 일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즉 위로부터 정부가 서둘러 공정 사회를 구호화 하고 제도화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법치주의와 도덕성은 공정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법치주의는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자 사회적 합의인데 반해, 도덕성은 법치주의를 전제로 하되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적 규범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선 이 둘을 학습해야만 한다. 이 학습의 장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역시 교육이란 제도이며 학교라는 장이다. 어떻게 보면 공정 사회를 위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것은 교육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공정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한 데 그것을 교육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입시'라는 숙명적인 제도 앞에서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한 법치주의적인 교육과 도덕성 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9 개정교육과정의 공표와 아울러 창의인성교육이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을 지침으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초·중학교는 주당 3시간, 고등학교는 주당 4시간씩 창의적 체험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입시는 선다형 선택문제 중심의 수능보다는 입학사정관제로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점은 교육과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공정 사회를 살아갈 '시민'들을 양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끝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학생들에게 비판적 태도를 심어주어 중대한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이 고민하는 시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이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은 언제쯤이나 깊이 고민하는 시민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