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호기자]"우리 남편 불쌍해서 어떻게 해, 고생만 하다 가게 해서 너무 미안해…."

연평도 민간인 희생자 발인을 하루 앞둔 5일, 고(故)김치백, 배복철씨가 안치돼 있는 길병원 장례식장은 유가족들의 탄식 소리로 가득 찼다.

연평도에서 이들이 사망한지 13일만에 장례를 치르게 된 유가족들은 "허탈한 심정밖에 들지 않는다"며 초점 잃은 눈빛으로 영정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동생의 영정사진을 붙들고, 어떤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마른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한테 너무 미안해. 그 불구덩이에서 얼마나 뜨거웠을까." 김치백씨의 부인 강성애(58)씨는 "전셋값을 벌러 그 멀리까지 갔는데 결국 이렇게 돌아왔다"며 "부디 하늘에서는 돈 걱정 없이 편히 쉬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으시라"며 흐느껴 울었다. 김치백씨의 아들 영모(31)씨는 곡할 힘도 남아있지 않아 보이는 어머니의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영모씨는 "너무 허탈하다. 앞으로 무슨 힘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배복철씨의 누나 배복순(64)씨도 "아이고 내동생 어떡하나….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며 동생의 영정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유가족들은 "시와 합의된 부분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장례를 지체하는 것은 고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서둘러 합의를 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배복철씨의 매형 전상철(69)씨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대우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며 "보낼 사람을 빨리 보내는 게 맞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치백씨의 아들 영모씨도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이제는 보내드릴 때가 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