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정운기자·연평도/임승재기자]5일로 북한군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13일째를 맞았지만 인천시나 정부는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뚜렷한 생활지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찜질방에서 피란생활을 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이 옹진군청과 시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생활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평주민 "더이상 못 참겠다"=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 등 연평도 주민 15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옹진군청을 방문,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주민들이 군수실에 있는 화분 등을 부수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시청으로 자리를 옮겨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들은 시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3개 차로를 막으면서 가두행진을 벌였고, 이를 제지하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송영길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성복순씨는 "포격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우리들에게 어떻게 대했냐"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다른 주민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등 시와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거칠게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청와대로 가자", "국민을 우습게 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 생활비·식비 지급액 '쟁점'= 비대위가 요구하는 사항은 세 가지다. ▲1인당 월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생활비) ▲1인당 월 63만원의 식비 ▲임시주거공간 마련 등이다.

비대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시는 비대위의 생활비·식비 요구액이 너무 많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가정에 월 65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미성년자와 성인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금액을 요구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이다"며 "시나 정부가 다른 대책을 제안하면 검토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협상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합의점 찾을까= 비대위는 6일 정오까지는 시와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발표할 예정이다.

비대위와 시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와 시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주민들의 항의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협상에서 요구안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일부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가 식비 지급 기준을 한끼당 1만원에서 7천원으로 하향 조정했을 때도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한편, 시가 연평도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생계 안정과 피해 복구를 위해 6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특별취로 구호사업'은 논란 끝에 잠정 보류됐다.

5일 오전 연평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특별취로 구호사업 설명회'에서 주민들간 약간의 승강이가 벌어졌다.

"여기 있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찬성론과 "이주대책은 제대로 안 세우고 주민들을 무조건 섬으로 들여보내려고만 한다"는 반대론으로 팽팽히 맞서면서 양측 주민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날 설명회에 온 차모(70)씨는 특별취로 구호사업을 설명하려는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차씨는 "이 판국에 무슨 취로사업이냐. 이주대책은 제대로 안 세우고 주민들을 무조건 섬으로 들여 보내려고만 한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특별취로 구호사업 참여를 신청하러 온 주민들에게 "인천에서는 야단인데 이러면 안된다"며 취로사업 참여를 만류했다.

하지만 신모(70)씨는 "여기(연평도) 있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했고, 이모(83)씨는 "보일러 기름 땔 돈도 없다. 생계에 보탬이 되는 일인데 왜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