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백령도/김민재기자]6일 오후 백령면 남포리 장촌포구.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이 지역 특산물인 까나리액젓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마을 곳곳에는 까나리 액젓이 담겨있는 붉은색의 대형 고무통 수백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비어있는 통의 개수도 비슷해 보였다.
장촌포구 인근 해역은 지난 4월 천안함 함미와 함수가 인양돼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곳이다.
당시 이곳 어민들은 까나리 조업철이 시작됐음에도 조업통제 때문에 바다에 나갈 수 없었다. 이들은 자식같은 장병들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숨을 거뒀다는 생각에 특별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령도 어민들은 4~6월초 잡아올린 까나리를 바로 소금에 절여 300ℓ들이 고무통에 보관한다. 11월말~12월초가 되면 통째로 수협에 팔거나 따로 가공해 일반 도매상과 직거래한다.
수협의 까나리액젓 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천안함 사건에 따른 조업 통제로 인한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자 어민들은 착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용선(57)씨는 올해 까나리액젓을 40통만 담갔다. 지난해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정도 양이면 그나마 적자는 면할 수 있지만 그물과 닻줄 등 각종 어구를 손질하거나 새로 구입하면 남는 돈이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
이씨는 "천안함 사건으로 20일 정도 조업이 통제돼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해마다 어획량은 다르지만 빈 통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이 죽었는데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좀 그렇고, 정부에서 먼저 해주면 싶었다"면서 "보상 관련 얘기가 반짝 나오더니만 어느새 수그러들었다"고 토로했다.
장세광(35)씨의 까나리 어획량도 지난해의 70%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장씨는 수협의 수매가 아닌 직거래를 통해 까나리액젓을 판매한다. 장씨는 "최근 4~5년간 조업을 하면서 이렇게 어획량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면서 "백령주민들이 너무 착해서 당시 큰 목소리를 안냈더니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민들은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어쩌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장익범(66)씨는 "당시에는 아무런 말도 없다가 수매철이 돼서야 피해를 호소해봤자 뭐 하겠느냐"면서 "이젠 너무 늦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