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바람에 움츠러든 주민들 강한 바람 속에 기온이 크게 떨어진 6일 연평도 주민 이유성(83) 할아버지가 면사무소에서 지급하고 있는 보일러 기름을 채우며 겨울준비를 하고 있다. 연평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연평도/임승재기자]"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태산이에요. 우리 노인네들 몸이라도 상하면…." 연평도 현지 주민들이 올 겨울을 날 걱정에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난방용 기름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추위에 떨면서 겨울을 나야 할 판인데다 먹을거리도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6일 오후 2시30분께 연평도 남부리 마을의 한 작고 허름한 집. 주민 이기옥(50·여)씨가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집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연평도에 머물고 있는 최고령 주민인 그의 아버지 이유성(83)씨가 사는 이 집에 보일러 기름을 실은 주유소 차량이 도착한 것이다.

이씨는 "면사무소에서 보일러 기름을 나눠주고 있다"며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보일러 기름은 다 떨어지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모르겠다"며 "예년 같으면 이 맘때 굴이라도 까서 기름 살 돈을 마련할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연평도 현지 주민들에게 보급된 보일러 기름은 200ℓ 한 드럼으로 보름 남짓 쓸 수 있는 양이다. 이씨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면서 "아이들이 있는 집은 못해도 열 드럼은 때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온통 북한의 포격 이후 함께 연평도에 남아있는 부모님 걱정 뿐이었다.

그는 "추운 날씨에 노인네들 몸이라도 상하면 어떻게하냐"며 "난방도 난방이지만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아 영양실조라도 걸리실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호단체에서 보내 준 쌀을 급한대로 갖다 먹고 사는데 부모님 께 드릴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다"며 "정부에서 이동식 슈퍼(마켓)라도 하나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유성 할아버지는 딸이 안쓰러운 듯 "기름을 채워 그래도 한 시름 놨다"고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풍랑주의보가 내려 뱃길이 끊긴 이날 연평도는 낮 최고 기온이 영상 2.8도에 그치고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등 강추위가 몰아쳤다.

이른 아침 면사무소를 찾았던 채경희(80) 할머니는 "불안하기도 하고 올 겨울은 아무래도 아들네 집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며 "배가 뜨면 짐을 싸 나갈 것이다"고 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기름 보일러를 쓰고 있다"면서 "생계까지 막혀 겨울을 보낼 걱정에 다들 막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