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에서 한국컴패션 행사가 있었다. 많은 컴패션 후원자들이 5일 동안이라는 행사기간내내 자신이 나눔 활동을 하면서 받은 감동과 기쁨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첫날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의 깜짝 방문은 행사를 주관한 우리 쪽이나 행사 참석자들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중국에서 돌아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부산으로 왔으니 장미란 선수의 어린이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 일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눔활동에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나눔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살면서 때로는 힘든 일에 처할 때도 있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일년 중 반을 수혜국 현지로 후원자들을 인솔하며 양육현장을 안내하고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때로는 시차 때문에 잠을 못자 며칠씩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몸을 혹사하기도 한다. 모처럼 사무실에 나가게 되기라도 하면 줄을 잇는 설교와 강의, 인터뷰가 기다린다. 그럴 때 매월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생각나면 이런 일들을 이겨낼 동기가 생긴다.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야 하고 이 일을 지속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이런 컴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후원자들 역시 같은 경험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처음 한 어린이를 결연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한 작은 어린이가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은 갑자기 평범한 일상이 커다란 선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건이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그때만큼 나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한 때는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끔씩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미를 상실하고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버리며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더 큰 성공을 위해 열의를 내는 것이 그렇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럴 때, 어떤 의미 부여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일이라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그 의미가 약해지는지. 연약한 듯하지만 자기 가족을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일 줄 알고, 무거운 짐도 불끈불끈 들고 갈 줄 아는 가정주부들에게 물어보라. 가족들을 위해 하는 일이니, 없던 힘도 나고 생각하지 못했던 지혜나 용기도 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눔 활동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의 일상에 큰 동기부여가 되어 주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 뒤숭숭한 시기를 맞아 어쩌면 연말의 온정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전보다는 잦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추운 겨울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정이 이런 시기를 감안해 줄지는 모르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럴 때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생기는 일은 굉장한 일이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을 때, 바로 나누는 대상의 음성을 들어보라.
나눔 활동은 이처럼 그런 나를 살리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매우 특별한 통로이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와 서로의 연약한 어깨를 기대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더욱 중요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