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007년 정부조직개편에서 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폐지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정책을 다수 부처가 나누어 추진하는 분산형 행정체제인데, 분산형 행정체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범부처적 종합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 필요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정부조직 개편시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폐지하여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런 정부조직 체계상의 문제점은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계속 지적돼왔으며, 이제라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대안으로 국과위를 상설하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과학기술정책은 글로벌시대 국가의 백년대계를 열어가는 핵심 수단이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복지정책처럼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며, 사회간접투자처럼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국정운영에서 과학기술의 우선 순위가 낮아졌다. 이번에 상설화되는 국과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선봉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상설화되는 국과위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과 권한들을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정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상설 국과위가 출범하는 내년 3월까지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핵심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논의 주제는 국가위의 국가 연구개발예산 조정 권한의 내용과 범위,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재배치, 국과위의 전문성 강화 등이다.
필자는 이런 주제들 이외에 지방과학기술의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과학기술정책 추진 체제상 많은 현안문제가 있지만 국가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방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일이 많지만, 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아서 어려움이 크다. 교육부, 지경부, 중기청, 지역발전위원회 등 상대해야 할 부처가 너무 많다. 중앙정부에서 지역에 어떤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면 연구개발사업을 갖고 있는 정부부처를 개별적으로 상대해야 하는데, 그 숫자가 18개에 이른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과학기술정책의 기본 방향은 중앙정부가 제시해 주어야 하지만 어느 부처가 이 일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다. 그 주된 이유는 정부의 지방과학기술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과학기술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지역혁신정책은 중앙정부에서 방치되고 있다. 반면에 비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비 매칭에 많은 재원이 투입되어 독자적인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과위가 나서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기를 지방에서는 바라고 있다.
이 글을 맺으면서 국과위가 당초의 의도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필수적이란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과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타부처의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강력한 조정권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연구개발예산에 대해서 실질적인 심의와 조정 권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재경부, 교육부, 지경부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처들에 휘둘리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상설화되는 국과위가 당초의 구상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정치권의 각별한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