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망각하기 잘하는 한국인들은 과거 재일동포의 모국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잊은 것 같다. 어렵고 가난했던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기본 자금은 거의 재일동포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한국 최초의 수출 공단인 구로공단은 재일동포전용공단이었다. 물론 그들 자신의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폄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전히 공짜 기부만을 얘기해 보자. 해방 후 해외공관 하나 제대로 만들어 유지할 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 현재 1조원 이상을 호가하는 주일대사관과 다른 10개 총영사관을 기증한 사람들이 재일동포였다. 한국이 세계로 비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체조, 수영, 테니스경기장과 미사리 조정경기장도 재일동포 성금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현재 대한체육회 본부 건물인 올림픽회관도 민단 동포들의 성금으로 만든 것인데, 서울올림픽 때 이들이 기부한 공식 성금만도 541억원(현재 시가로 2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그뿐인가? 1997년 39억달러의 이자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가 난 IMF 외환위기 때 15억달러를 송금한 사람들도 재일동포였다. 이렇게 모국이 특히 어려운 시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했던 것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그 결과 개도국에 공적자금원조(ODA)로 올해 1조3천억원을 지원하였고, 2015년에는 지원액이 그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일동포 예산 논쟁과 함께 바라보자니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과거에 대한 망각과 현재의 푸대접에만 있지 않다. 현 정부는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점 사업으로 코리안 네트워크의 확대를 선정하고, 재외동포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미래는 준비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현실은 더욱 작아지는 것 아닌가? 현재 재일동포 사회는 현지화로 후속세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 결과 민단의 장래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어려운 시기 모국을 도왔듯, 그들의 곤란을 해결하는 데 모국이 오히려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모국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투표권이 없이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2012년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동포 수가 많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들이 표심을 통해 그들의 섭섭함을 토로해야 하는가? 어려울 때 베푼 은혜를 현재 조금 산다고 잊어버린다면 배은망덕이 아닌가? 과거의 고마움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고, 미래를 위해서도 재일동포에 대한 지원은 감소되어서도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