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경인일보=]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 평가에 대해 여야의 시각 차이가 크다. 여당은 미국과의 FTA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양보로 보는 반면, 야당은 내주기 협상이고 국민을 속인 밀실 협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협상을 담당한 관계자들은 돼지고기, 의약품(시판-특허 연계 사항)에서 얻어낸 것을 고려하면 추가협상 그 자체로도 '윈-윈' 협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에 양보했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심각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의 주장은 다르다. 기존 2007년 서명된 협정에서 즉시 철폐하기로 되어 있던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를 협정 이행 4년 이후 무세화하기로 한 반면, 우리나라의 8% 관세는 협정 이행 즉시 4%로 낮춰주고 4년 후 완전철폐하기로 했으므로 자동차에 대한 피해 발생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이익균형이 깨졌으므로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협상에서 핵심이 된 자동차분야 당사자인 현대차와 관련 협회가 나서 협상결과를 지지하였고, 국내에서 가장 강성인 자동차관련 노조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협상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정부와 자동차업계의 설명에 동의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반개방론자들은 당초 협정에서 '점 하나 획 하나'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한 통상교섭본부의 말바꾸기를 지적하며 추가협상은 국민을 속인 처사로 비난하고 있다. 협정문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맞다. 그렇다고 국민을 속인 것인가? 속였다면 뭔가 그럴 듯한 목적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난주 국회 외교통상상임위원회에 출석한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신의 말바꾸기에 대해 사과했다는 점이 널리 보도되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기존 협정문 수정 불가 입장이 확고했으나, 미국측이 제시한 요구목록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을 하지 않으면 협상타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판단하고, 기존 협정문 수정 수준으로 미국과 담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통상협상은 정치경제적 논리를 기반으로 상대방을 설득하여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자기가 가진 유리한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상대국의 협상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전략도 널리 활용하게 된다. 이를 한미 FTA 협상에 적용해 보면, 2007년 서명한 협정 내용은 우리나라에 크게 유리한 것이므로 협정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서명한 협정의 수정을 요구하는 미국이 도덕적으로 불리한 점을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상식일 것이다. 처음부터 협정을 수정할 의사가 있음을 상대국에 알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방안이었을까? 오히려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하는 협상당국을 질책하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협상당국이 말바꾸기한 것을 내세워 한미 FTA 폐기 주장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정략적 발상인 것으로 보인다.

통상당국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협정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면 추가협상 타결후 '윈-윈' 협상을 했다고 언급하기에 앞서 협정 수정의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통상협상은 무역피해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치쟁점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협상결과에 대한 경제논리만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적극적이고 감성적인 설명으로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많은 통상협상이 이루어질 것이고, 정부와 정치권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다른 해석을 하게 될 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경제논리로 통상협상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통상당국은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협상 추진과 더불어 협상결과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