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포격 등 비상상황을 가상한 민방공 특별 대피훈련이 실시된 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신월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미추홀도서관 지하로 긴급 대피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이현준기자]'우~웅, 공습경보를 알립니다'.

15일 오후 2시 인천지하철 예술회관역 인근 올림픽 공원사거리. 민방공 훈련을 알리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사거리 한 쪽에 서 있던 '공무수행' 트럭이 도로 중앙으로 진입하며 차량들을 한 쪽으로 몰았다. 인근에 있던 유도요원과 경찰들도 일제히 차량과 시민들의 통행을 막아섰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공 특별대피훈련이 이날 실시됐다.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도발에 이어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사시 주민들의 대피 능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가까이에서 접한 인천 시민들로서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훈련이었다.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지하 대피소인 예술회관역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피소엔 인근 학교에 다니는 여중생들과 그들을 인솔하는 교사들도 몰려들었다. 구월여중 조새롬(16)양은 "민방공 훈련 때 대피소를 찾아 이곳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며 "실제 상황 같은 분위기가 안 나 아쉽긴 하지만 정말 큰일이 벌어지게 되면 이번 훈련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전통시장이 밀집한 부평시장 일대는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상인은 분주히 물건을 이리 저리 옮겼고, 시민들은 물건을 꼼꼼히 살피며 장을 보고 있었다.

일부 상인의 경우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이 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했다는 정금자(71·여)씨는 "민방공 훈련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30년 장사하면서도 어디로 대피해야 되는지 모른다"며 "연평도 소식을 듣고 이참에 훈련에 동참하고 싶었는데 몰라서 대피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갓길에 세워진 시내버스에서 내려 대피를 하는 시민들이 보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있었지만, 훈련에 적극적이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며 "이번 같은 대피훈련이 있을 땐 보다 실전처럼 대피할 수 있는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평도에선 민방공 특별대피훈련을 대신해 해병연평부대의 지원으로 화생방 교육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