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연평도/정운기자]연평도 포격현장에 슬레이트 조각 등 석면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자재들이 깨진 채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파손된 건물은 모두 190동. 이중 40여동은 완전히 파손돼 형체를 알아보기힘들 정도다.
포격 현장에선 깨진 슬레이트 조각들이 쉽게 눈에 띄지만 석면의 유출을 우려해 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훼손된 건물 대부분은 5년 이상 됐으며, 건축한지 20~30년 되는 오래된 것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건물 중에는 슬레이트 등 다량의 석면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자재가 쓰인 건물도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포격맞은 현장은 포격맞은 상황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며 "주민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안전띠를 설치한 것 외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면은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석면의 제조·사용·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석면이 포함된 건축물을 해체·철거할 때는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규정된 방법으로 특수 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하는 등 석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김철홍 교수는 "오래된 집들의 슬레이트는 석면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처음에 포격으로 슬레이트들이 깨지면서 가루로 날렸다가 바닥에 가라앉게 되고, 바람이 불거나 사람이 다니면서 공기중에서 부유를 하게 된다. 날려서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없는 상황이더라도 시나 지자체에서 관리를 해야되는 상황이고, 남아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석면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는 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석면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양철지붕으로 교체한 집이 많아, 슬레이트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인 소유의 집에 대해서 임의적으로 건드렸다가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어, 주민들과 철거에 대한 협의가 끝난 후 전문업체가 석면 해체·철거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