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박탈되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지난 17일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및 주식매매계약(본계약) 체결안과 함께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문제는 추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안건도 상정했다.

   채권단이 현대차의 지위 문제를 안건으로 굳이 올린 것은 `판을 깨겠다'는 의도보다는 현대차그룹과 협상하는 길을 터놓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19일 "향후 주주협의회에서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며 "될 수 있는 대로 연내 (현대차그룹과의) `딜'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17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했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이 이날 오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권단의 이러한 방침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MOU를 해지한 상황에서 차순위 대상자와 협상에 나서지 않을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려면 채권단의 75%(의결권 비율)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의결권 비중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25%)은 매각 주관사로서 하루빨리 `딜'을 끝내고 싶어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22.5%)와 우리은행(21.4%) 등 정부 입김이 강한 기관들은 아무래도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한 곳만 반대하고 나머지 채권기관들이 찬성하면 안건을 통과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체적인 기류는 현대건설 매각을 이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쪽"이라며 "5조1천억원(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을 받을 수 있는 `딜'을 뚜렷한 명분 없이 무산시키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17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했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이 이날 오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대그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MOU해지 및 주식매매계약 체결안 상정에 대해 "일방적인 폭거"라고 주장, 향후 법적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능한 한 현대그룹과도 화해를 모색해 법적 송사가 없이 일을 진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 2천755억원(입찰가의 5%)을 돌려줄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현대그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