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으로는 어떤가. 새해 예산안과 쟁점 법안 날치기, 군인사의 특정지역 편중, 불교계의 종교차별에 대한 분기, 예산이 사라져 버린 소외계층의 겨울나기, 야당의 장외투쟁 등 독선과 독주, 편중과 차별이 우리 공동체를 갈가리 찢어놓고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전쟁과 냉전 그리고 다시 열전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일제의 한국침략과 식민지배에서 근원한다. 일본황실과 군지도부는 1944년 전세가 기울고 연합국이 포츠담 선언에서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을 때부터 항복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지고도 버티다가 소련의 참전을 보고서야 부랴부랴 항복을 선언했다. 이유는 소련군이 한반도 북쪽으로 진공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반도가 분단되고 전후 처리 과정에서 일본의 분단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일본의 책략은 어김없이 적중하여 일본은 전범 국가인데도 온전하게 살아남고, 천황제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피해 국가인 한반도가 엉뚱하게 쪼개져 대리전장이 되고 양대 이데올로기의 선전장이 되고 강대국 무기의 시험장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하겠다고 나섰다. 간 나오또 일본 총리는 12월 13일 한반도에 전쟁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 거주 일본인을 피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한국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와 협의를 시사하고 자위대 법 개정을 언급했다. 일본은 1876년 강화도조약을 강제로 체결하면서부터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이 땅에 깡패무리인 대륙낭인을 시작으로 첩보원ㆍ군경을 내보내다가 결국 무력으로 대한제국을 집어삼켰다. 일본의 대외 기본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분할상태이다. 통일된 한반도는 일본에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다. 분단과 전쟁ㆍ쿠데타ㆍ냉전상태에서도 민주화와 경제건설을 이룬 남한,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 합쳐질 경우를 두려워하여 한사코 남북의 불화를 바란다. 6자회담 국가 중 가장 대북 강경론자가 일본이다. 일본 지도층은 6·25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환호를 질렀다 한다. 일본 재건의 호기가 왔다고 보았고 실제로 일본경제는 미군의 군수품 조달 등으로 폐허를 딛고 재기하였다. 지금 또 내심으로는 한반도에 전란이 일어나 장기 침체된 경기를 살려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주변국의 호시탐탐 속에 북한은 위하도를 50년 동안 중국에 조차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북한의 주요 천연자원 개발권이 속속 중국으로 넘어갔다. 북한의 고립이 심해질수록 대중국 의존도는 심화될 것이고, 유사시에 송두리째 넘어갈지 모른다. 중국의 동북공정에는 이런 '원려'가 깔려있다.
세월은 되돌릴 수 없지만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최근 작고한 리영희 선생은 한반도 상황이 을사늑약 전야와 비슷하다고 우려하셨다. 주변 정세는 100년 전과 유사하게 움직이는데 남북간의 숨막히는 대치, 권력의 독선독주, 가진 자들의 오만횡포, 서민들의 서러운 삶은 계속된다. 국치 100년을 보내면서 냉철한 역사ㆍ현실인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