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국 (과천 시장)
[경인일보=]학생 무상급식 예산 편성 및 의회 심의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학교에 투자할 분야가 많은데도 가정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전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이유 중 하나가 선별해서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노출되고, 이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을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아는 것이 왜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일까?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것인가? 그 학생이 잘못해서 가정형편이 어렵게 된 것인가? 교육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기죽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정직하게 생활하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들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학교환경이 열악하여 개선해야할 시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년 학교시설 개선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서 지자체에서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함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이에 투자됨으로써 시설 개선 등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게 되었다. 학교에 대한 투자는 교육청과 지자체간에 매치펀딩(공동출자)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학교에 투자할 여력이 있어도 교육청에서 대응 투자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학교에 대한 투자는 불가능해진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학교에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교육청 예산이 부족해서 학교시설 개선 등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 각급 학교는 책걸상 교체, 냉난방 시설의 설치, 실내체육관 건립, 화장실 개조, 컴퓨터 확충 등 투자할 곳이 많다. 그런데 전학생 무상급식 실시로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예산 중 낭비성 예산을 절약하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이전에는 왜 없었는가? 학교에서 환경개선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한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학교환경개선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 확보를 위해 낭비성 국가 예산을 줄이자는 주장을 필자는 이전에 들은 적이 없다. 뭔가 석연치않은 논리 전개이다. 필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무상급식 체계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 결정하고 지자체가 무조건 대응 투자하게 하는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들은 무상급식 예산 확보로 인해 학교환경개선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식비를 충당할 수 있는 학생들은 제외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여기에 투자할 예산은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교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정도인 것이다. 사업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필자는 무상급식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교육청은 이에 대응하여 투자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체별로 학교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초자치단체가 교육자치를 실시할 수 있게 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과천시의 입장에서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금년에 교육청의 무상급식 사업 지원 대상에서 재정이 좋다는 이유로 과천시는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는 50% 이상을 지원하면서 과천시는 30%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논리가 왜 도시간에는 차등을 두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과천 이외 타 지자체는 과천보다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모든 정책에는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