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채 (한국농어촌산업학회 회장)
[경인일보=]최근 언론에서 재벌들의 서민업종 싹쓸이(?) 기사가 종종 뜬다. 경제투데이는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도)폐지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심화되고 있다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사발표한 우리나라 '15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변동추이 및 관계사 출자액 분석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15대 재벌이 2007년 4월 이후 2010년 4월의 조사시점까지 계열회사나 비계열회사의 주식취득(소유지분 취득)을 위해, 회사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쓰인 출자액은 총 92조8천400억원으로 2007년 50조2천520억원에서 85%나 급증했다. 계열사 수는 같은 기간 472개에서 679개로 3년동안 207개(4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대 재벌이 신규편입한 업종을 보면 계열사 332개 중 제조업은 80개사(24.1%)인 반면, 비제조서비스업은 252개사(75.9%)로 건설업종과 부동산업종 그리고 임대업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15대 재벌들이 우리경제에 대한 기여와 책임의식을 갖고 장기적 안전성과 기초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생산, 개발 관련영역에 대한 투자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순 돈벌이 중심으로 치우쳐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산업경제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의 악화와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우리나라 대재벌기업의 주식(자본)도 외국의 자본참여가 커지고 이들의 이익배당요구가 심해져 총이익금의 반 이상을 주식배당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성실한 생산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금이 대부분 출자배당(주식배당)과 고정지출(관리비 등)로 나가고 남은 적은 돈이나마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대부분이 이렇게 출자를 통해, 그것도 대부분이 생산업종이 아닌 서비스업종에 출자해 다시 출자배당을 챙겨가면 생산증대를 위한 투자는 제자리걸음이 된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경쟁력은 어찌될 것인가?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일부의 학자들은 금산분리원칙에 입각한 과도한 금융규제 때문에 재벌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공격하고 있으며, 자본의 유출입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풀어야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정권 초기에 재벌들은 출총제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출총제폐지를 요구했고 정부는 학계의 반대에도 이를 감행했었다. 출자와 투자는 다르다. 출총제 때문에 재벌들의 투자가 어려웠다면 출총제를 없앤 결과가 투자증대로 나타나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출자를 통해, 그것도 서비스업종의 집중적인 지분늘리기로 문어발식 확장만을 촉진시킨 출총제폐지는 실책이었다고 본다.

출총제를 폐지시키면서 기업집단공시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정부의 주장도 허구였다. 기업집단공시제도는 그 처벌규정이 약해 재벌집중억제력이 약했다.

지난주 정부는 우리나라의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최근 유례없는 6%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중소업체들과 일반 서민대중들이 느끼는 경제의 활성도는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의 과실은 어디로 갔는가? 재벌들에 집중되었고 그곳에서 다시 국제재벌들의 손으로 넘어가버렸다는 것인가? 자본의 속성상 투자자에게 이익이 배당되어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기업들의 확대재생산을 저해하는 과도한 배당과 출자를 통한 지분늘리기, 과도한 재벌집중과 무분별한 서민업종 싹쓸이식 기업질서는 나라의 장래경제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출총제의 재도입을 고려하고 혁신적인 기업정책을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경제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받을 수 있는 산업구조 조정정책을 강력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