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이 끝난 가운데 21일 오후 연평도 선착장에서 육지로 피신했던 엄마와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연평도/정운기자]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된 다음날인 21일 연평도는 모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섬을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고, 마을에선 공공비축미 수매가 이뤄지는 등 하루종일 대피소에서 숨을 죽이며 긴장의 시간을 보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하루였다. 이날 오후 2시께 여객선을 타고 당섬선착장에 도착한 주민들은 훈련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틀 전, 군이 사격훈련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섬을 떠났던 박미경(42·여)씨도 이날 두 아들 송주원(7)·주찬(3)군과 함께 돌아왔다.

박씨는 "훈련이 무사히 끝났고, 이제는 안정이 된 것 같아 오게 됐다"며 "이제 정말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연평도에서 나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도욱(74)씨도 "12일만에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인천에서 아들집과 찜질방을 오가며 생활했는데 다시 오니 기분이 좋다"며 "내고향은 내가 지켜야 된다. 이제는 누가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나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 포격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미뤄졌던 공공비축미 수매도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연평면사무소 뒷마당에서 이뤄졌다.

뒷마당에는 마을 주민들이 올해 수확한 벼 1천여 포대가 쌓여 있었다. 검사관들은 포대를 일일이 찔러 벼의 상태를 확인하고 등급을 매기는 작업에 분주했다. 면사무소 직원들도 벼 포대를 일일이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민들은 막걸리와 김치 등을 나눠 먹으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조촐한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비록 기상 문제와 포격의 영향을 받아서 수확량은 예년만 못하지만,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농민들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박용훈(55)씨는 "올해는 작년보다 수확량도 30% 정도 적은 편이고, 포격의 영향이 남아있어 잔치도 조촐하다"면서도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수매가 끝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신유택(71)씨는 "다른 농민들도 마찬가지로 고생했지만, 올해 연평도 농민들 정말 일도 많았고 너무 고생했다"며 "그래도 이렇게 수매가 끝나니 너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평도로 돌아온 주민은 58명, 나간 주민은 12명에 불과했다. 연평도 현지 주민은 다시 146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