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일 (사회부 차장)
[경인일보=]바야흐로 인사철이다. 자치단체와 각종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기업들과 각종 단체들까지 인사가 넘쳐난다. 인사발령을 보고 몇몇은 함박웃음을 짓고, 누구는 고개를 떨군다. 저녁 술자리에서도 누가 어느 자리를 맡아야 하고, 누구는 일도 안하는데 좋은 자리로 갔다는 둥 시시콜콜한 인사 내용까지 들먹여지고 술안주거리가 된다.

인사는 어려운 작업이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적합한 자리를 찾고, 인사 이후 불만이 최소한이 되도록 하려니 인사권자는 골머리가 아프다. 인사권을 쥔 이들은 인사 때마다 희열을 느끼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모두 인사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원시도 연말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인사가 진행중이다. 시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인사 시스템을 만든다고 처음으로 연구용역까지 맡겼다. 용역을 맡은 한국생산성본부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무성적평정을 위한 방안,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 수원시는 이같은 조언에 따라 내년에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오는 2013년까지 정착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인사를 해도 인사는 '감사하는' 사람보다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모두들 승진을 하고 싶고, 모두들 지금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로 가고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할 수 있는 자리는 늘 몇자리에 불과하고, 이른바 '알짜배기'라는 핵심 자리에 여러명을 앉힐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인사 대상자들의 이해와 마음가짐인 것 같다. 조직은 핵심 요직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재빠르게 기획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그 일을 받아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도 필요하고, 뛰는 사람들을 위해 뒷받침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어느 자리든 필요한 자리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 일을 맡은 사람은 그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이고, 그것이 사회다. 이른바 핵심 요직에 앉았다며 얼굴이 환해지고, 별볼일 없는 자리에 앉았다며 얼굴이 구겨지는 것은 그 사람 머릿속에 조직에 대한 이해보다는 뿌리깊은 '1등주의' '우월주의'가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사권자들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든, 늘 감사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예뻐보일 수밖에 없다. 인사를 내다보면 가끔 유능한 사람을 잘 이해가 안되는 자리에 보내야 할 때도 있다. 인사권자는 그럴때 미안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 자리를 기꺼이 맡아 최선을 다해 능력을 보인다면, 다음 인사에서 그 사람은 '승진 1순위'가 된다. 반면 인사발령을 낸 후 입이 주먹만큼 나와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은 인사권자가 보기에 조직의 결속을 해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은 인사때마다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연말이 우울하게 지나가고 있다. 연평사건이며 구제역이며 온 사방이 우울한 소식들 뿐이다. 이럴 때 인사에 불만을 품고 얼굴을 구기고 다니는 사람들까지 많아지면 세상살이가 더 불편해진다. 모두들 '어느 일이 주어지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조직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 조직이 나를 필요로 하는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얼굴을 펴고 지냈으면 좋겠다. 웃어야 복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