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상 (가천의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경인일보=]연말연시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구나 지인들과 모여 으레 술자리를 거하게 갖는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월간 음주율(월 1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 58.7%로 미국의 61.5%보다 약간 낮다. 그러나 남녀를 나누어 보았을 때 남자의 월간 음주율은 74.8%로 미국의 68.2%보다 높다. 고위험 음주 빈도(한번에 7잔 이상, 주 2회 이상 음주)는 20.8%로 한 번에 마시는 양이 많아 음주에 의한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

음주에 의한 간질환은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화로 불리는 간경변증, 그리고 간암이다. '지방간'이란 간에 지방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간세포 안에 지방 즉 기름이 끼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얼마 이상의 음주가 지방간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한 개인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간에 이상을 초래하는 음주량은 남자는 하루 30~40g이상의 알코올인데, 소주 약 반병 가량, 양주 2~3잔, 포도주 반병, 맥주 2병 가량이며, 여자는 하루 20g 이상의 알코올 양으로 소주는 약 4분의1병, 양주는 1~2잔, 포도주는 4분의1병, 맥주는 한 병 가량이 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성 간질환 중 가장 경한 형태가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대부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나 간혹 만성 피로감이나 간이 자리잡고 있는 배 오른쪽 윗부분이 둔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게 되면 회복이 가능한데 금주 1~4주 후에는 간내에 끼어있던 지방도 빠지고 증상도 회복된다. 그러나 금주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일부분의 환자가 알코올성 간염을 일으키게 된다. 알코올성 간염도 금주로 회복이 가능하나 간염에 있어서도 일부 환자에게서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게 심한 황달, 복수, 혼수상태, 위나 식도의 혈관 확장에 의한 정맥류 출혈, 신장 기능 부전 등이 동반된다. 이렇게 까지 진행되면 매우 위험하며 설사 회복되더라도 간경화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간염인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 서서히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다. 더구나 만성 B형 간염이나 만성 C형 간염 환자들 같이 이미 간에 만성적인 손상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더 빨리 간경화로 진행한다. 일단 간경화로 진행하면 금주를 하더라도 원상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간경화로 진행하기 전에 금주가 필수적이다. 간경화로 진행하게 되면 일반적인 간경화의 합병증이 나타나고 이것들이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간경화가 일단 발생하게 되면 간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알코올성 간암은 대부분이 간경화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간경화가 발생하기 전에 금주를 하는 것이 간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간경화가 이미 발생한 경우 금주를 하더라도 간암의 발생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이는 간경화가 발생하기 전에 금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술자리에 나설 때 한번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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