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경인일보=]내년 새 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줄 아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바로 각 교과에서의 창의인성교육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창의 인성 교육총론'에서 창의성(creativity)은 독창적이면서도 유용한 산물을 산출할 수 있는 사람의 특성이라고 정의되며, 인성(character)이란 신뢰 있고 협동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생활태도와 품성을 이르는 말이다. 올바른 인성은 사회와 조직 속에 신뢰와 협동의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킨다. 창의성과 인성은 구성 요소나 함양 방법 등에 있어 상호 유사성과 보완성이 높은 자질(예: 개방성, 적극성, 협동 능력 등)로 구성된다. 나아가 창의성을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으로 규정하고, 인성은 '창의성을 사회 속에서 의미 있게 발현시킬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교육은 이러한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창의인성 교육은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에서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채택되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창의인성 교육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개정 교육과정에도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교육의 변화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이런 창의인성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이 기존 교수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다양한 창의적 교수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또한 이를 연구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잡무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밖에도 성공을 위한 여러 전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평가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의 방식은 창의적인데 평가가 기존의 선다형 평가라면 창의인성 교육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가 역시 창의적이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평가 방식으로 학생들의 창의 인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제시한 창의인성교육의 평가 방향은 3가지(수행평가 확대 실시, 교사의 학력평가 전문성 제고, 그리고 절대평가 체제로의 단계적 전환)로 나누어진다. 현재로서는 창의인성 교육에 관한 평가 방식이 구체적으로 개발되지 않아서 현행 수행평가의 확대 실시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학교에서 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의 영역이 지필평가의 주관식으로 대체되는 일이 많은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적절한 창의인성의 평가를 위해서는 단답형의 주관식 평가 문항들이 서술형 혹은 논술형 평가 문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모든 교사들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이러한 평가를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평가 이후의 객관성에 대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평가가 학교에서 잘 정착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주관식 혹은 서술형 평가에 대한 교사의 '채점 권위'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대부분 서술형 평가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교수의 주관식 채점에 대한 권위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수의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오직 학생뿐이다. 다른 기관에서 교수의 평가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에서도 교사의 채점에 대한 견제는 교육청의 장학 지도나 감사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평가를 받는 학생들이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답안에 대한 평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 스스로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창의인성 교육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특히 평가부분에 있어서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은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교사의 객관적인 평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이 평가를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풍토를 조성하는 데 모두 노력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