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구 (수원대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내부자거래'와 '내부거래'란 용어가 있다. 얼핏 보면 같은 말처럼 보이나 의미가 전혀 다르다. '내부자거래'란 상장기업의 임직원 및 주요 주주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정보를 입수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자칫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어 증권거래법에서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에 '내부거래'란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들간에 서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인력 등을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바 내부거래가 이뤄질 경우 생산비 저하 및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등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많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직적 계열화에 나서는 이유이다.

그러나 내부거래에도 문제가 많은데 대표적인 사례가 계열사들간의 가공(架空)거래로 그룹의 외형을 부풀릴 뿐만 아니라 거래물량 허위산정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 등이다. 이런 거래를 '부당내부거래'라 칭하는데 현재는 규제와 감시가 심해 이런 유형의 내부거래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새로운 형태의 부당내부거래가 확인되곤 하는데 이는 그룹의 전 계열사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회사이익 편취 내지는 재벌들의 고질적인 몸집 불리기와 세금 없는 경영권의 상속 등이 자행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 조성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지난 2001년 3월에 정몽구 회장과 장남 정의선이 각각 10억원, 15억원씩 투자해서 설립한 현대글로비스에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와 부품, 철강운송 등의 물류업무를 통째로 몰아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운송비는 떨어졌으나 글로비스에는 반대로 운임을 올려주기도 했다. 자본금 25억원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글로비스의 외형 및 수익은 불과 10년 만에 눈덩이처럼 커져 현재는 시가총액 6조3천억원의 국내최대의 물류기업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글로비스는 주요계열사들의 주식까지 사들여 현대기아차그룹의 지배권까지 확보했다. 정의선은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재계순위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마트피자'의 경우도 같은 케이스이다. 2005년 1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의 제과부문을 분사해서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설립할 때 신세계그룹의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 40%를 샀다. 정유경 부사장은 트위터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 제과점들을 독점운영해서 급성장했던 것이다.

이런 형태의 부당내부거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 재벌들에 공통된 현상이어서 그동안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요구해 왔다. 경제개혁연대가 2008년 55개 그룹 계열사 48곳을 조사한 결과 26.6%인 111건이 지원성거래, 회사기회 유용사례로 판단한 바 있다. 상장회사는 부당주식거래, 비상장회사는 회사기회 편취가 지배적이란다. 공정사회 구현 및 조세정의에도 위배됨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회균등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오죽했으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조차 반대하고 나서겠는가.

그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식 변칙증여 및 부당이득 취득 등에 대한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법률적 제동장치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2003년에 마련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도입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세청의 소극대응으로 아직까지 단 한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7년 9월에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협조로 불발로 끝났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법무부가 상법개정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내년 2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만간 재벌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될 예정이나 만시지탄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어(大魚)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 그물을 손질하는 격이니 말이다. 기왕지사 잔챙이들조차 못빠져 나가도록 정교하고도 확실한 개정작업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