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회숙 (인천시의원·전 인일여고 교장)
[경인일보=]요즈음 인천에서는 학력향상 선도교 선정문제를 놓고 시의회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선정의 기준은 과연 적합한 것인가? 많은 논란을 벌인 끝에 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시교육청, 인천시 관계자들이 모여 자기 위치에서의 입장 표명과 대안을 제시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인천에서 학력향상 선도교 사업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송영길 시장이 선거공약으로 '명문고 10개교 육성'을 내걸고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나근형 시교육감도 학력향상 선도교를 지정 운영하여 학력을 향상시키겠노라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따라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에서나 학력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하여 질문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그동안 인천은 너무나 척박한 교육투자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교육투자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대답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천에서는 '교육과정 운영 학교', '방과 후 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등을 계획서 공모를 통해 선정해 왔고, '특색있는 학교운영' 등 많은 공모가 있어왔기 때문에 모든 학교는 학력향상 차원에서 계획서 공모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근년 들어 이렇게 다양한 지원을 한 결과가 이번 학력평가 성적의 향상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교육에 있어서나 농사에 있어서 통하는 법칙은 하나라고 생각된다. 농부들이 한 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하는 두 가지 작업 중 첫째가 우량품종의 씨를 받아 종자 씨로 쓰는 일이고, 두 번째가 농토를 기름지게 가꿔 지력이 강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학생들이 우수하고, 교육환경이 좋은 것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 학군을 찾아 부모들이 모이게 되고 전국의 아파트 값의 오름세를 그 학군이 주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농사에는 아무리 씨앗이 부실하고 척박한 땅이어도 농부가 새벽부터 밤까지, 파종기부터 수확 때까지 자신의 농작물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정성을 쏟으면 기적같은 소출이 나올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법칙이 있다. 이번에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발표됐다. 인천은 그동안 '학력 꼴찌'라는 수모에서 벗어나려고 모든 학교들이 무던히도 애를 쓰더니 그 결과, 상당한 학력 향상을 이뤘다.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2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서 같은 토양, 같은 씨앗이어도 얼마나 가꾸는 이의 아이디어와 정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또한 교육 투자가 많을수록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지 볼 수 있었다.

지상에 발표된 고등학교 2학년 학업성취도 결과를 살펴보다가 인천의 유일한 자립형 공립고인 인천신현고의 성적이 특목고 3개교를 제외하고 일반계고 중에서는 5번째로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학교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집단도 아니고, 그 지역이 교육환경이 좋은 곳도 아님에도 자율형 공립고의 특색을 살려 타교보다 월등하게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을 지도해 온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구도심권의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4년6개월 동안 일반계 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은 결과, 자랑할만한 교육성과를 일구어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학력향상 선도교 구상은 실천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