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강승훈·오지희·김성호기자]"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민심은 사나워지고. 새해가 밝는 것에 기대감 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주부 석경자(41·남동구 간석동)씨는 연초부터 고민이 크다. 지난해 11월 김장철에 2배 이상 올랐던 채소 값이 도통 떨어질 줄 모르는데다 구제역 여파로 고기값까지 비싸져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공요금 인상 소식까지 전해져 '초긴축' 가계부 꾸리기가 불가피하다. 석씨는 난방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각 방에 전기장판을 놨다. 또 장보기는 일주일 1회로 최소화하기로 다짐했다.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다. 널뛰는 물가로 가정과 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대표적으로 서민생활은 벌써 주름이 가득하다. 얇은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소비자의 씀씀이가 줄면서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에 직격탄이 가해졌다.

3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D정육식당. 한창 바빠야 할 점심 시간이지만 무척 한가하다. 한 테이블만 손님이 차지했을 뿐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손님이 뚝 끊겼단다.

구제역 여파와 물가 불안이 주요 원인이라는 이곳 관계자는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오는 손님마저 끊길까봐 식사비를 올릴 수 없다"면서 "매일 적자를 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시장 전반의 이상기류는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줄줄이 올려놨다. 잇단 악재는 곧장 기업에 재정 부담으로 직결, 생사의 기로에 몰린 업체들이 수면 아래 수두룩하다.

한국사료협회 회원사들은 불투명한 경기를 대비해 3~4개월 전 선구매, 국내 사료 자급률 확대 등 각종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불길한 현 상황을 조기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없다.


올해 물가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생산·도매·소비를 망라한 총 물가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4p 상승한 120.5로 전망했다. ┃그래픽 참조

특히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로 대표되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전 보다 4.7p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오름폭은 최근 10년 간 꾸준하게 이어져 가정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발연 조승헌 연구위원은 "생활 및 상품물가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인상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도 지역경제는 시민에 주거, 물가, 고용 문제로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