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 교육계 내외에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선거과정에서 무상급식, 학력평가, 교원평가, 교원징계, 교장공모제,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학생체벌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현안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근간을 흔들며 교육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교육감이 교육정책의 구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정부 또는 광역단체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거나 파행을 초래할 경우, 교육계는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피해는 교육수요자와 교육계가 함께 입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에서는 야당 소속의 열정이 넘치는 젊은 시장과 풍부한 교육경륜을 갖춘 나이 지긋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선거과정을 돌아보면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적 성향이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과 인품, 그리고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에서 우려되는 갈등과 대립보다는 인천시민을 핵심가치로 한 이해와 협조로 지역교육을 발전시켜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구도는 인천시민 모두가 소망하는 바람일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교육감은 그동안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관례적으로 맡아왔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교육의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적 교육정책에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부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여 인천교육을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킨 성공적인 교육감으로 임기를 마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인천지역 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교육감에 대한 몇 가지 의견과 기대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적 또는 이념적 지향점에 따라 나누어지고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소신이 흔들리면 교육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현장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수요자가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 내용, 방법 등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일선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과 교사가 교육발전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학교장의 자율권과 책임성을 높여주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이양해 주고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되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이 임기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교육계가 불신을 받고 공교육이 위축된 가운데 내외적으로 이견도 많고 소리도 크다. 현안별 처리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정하고 이해상대자의 의견수렴과 분석을 통해 설득논리의 개발과 노력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것이든 버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의 나를 버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전 시장과 교육감이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을 보면서 슬기롭게 성공하는 교육감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주민직선 교육감의 성공적인 직무수행이 곧 인천교육의 발전이 되는 것이므로 지역주민을 비롯한 각계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