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호 (안양시장)
[경인일보=]지난해 말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교차했습니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설계합니다. 창밖의 눈 쌓인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잠시 상념에 빠집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주마등같이 스치는가 싶더니, '아냐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 정신을 되찾습니다. 예년과는 전혀 다른 장면들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입니다. 온통 시정시책(市政施策)에 관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불과 6개월 전 일반시민이었을 때와 지금 공직자로서의 입장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믿지 못할 정도입니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이 삶을 좌우하듯,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이렇듯 무서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제 생각의 정리정돈이 필요했고 그러다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래 이 기회에 내 자랑을 해야겠다'라고 말입니다.

언론에서 과분하게도 저를 겸손하고, 시 발전과 시민을 받드는 행정에 일념하고, 봉급 전액을 장학사업과 불우이웃에 쓰겠다는 약속을 지킨 최초의 단체장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만, 사실상 지난 6개월간 양쪽 눈 옆이 가려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초보 공직자로서 초심(初心)도 새겼습니다. 그 어떤 것도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노자(老子)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의 신념으로 민심(民心)을 받드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시정(市政)에 임했습니다. 현장 곳곳을 찾아 가급적 많은 시민들과 만났고 한 분 한 분 가슴으로 듣고 말하고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짧은 6개월의 시간을 길고도 유용하게 썼습니다. '건강한 시민 따뜻한 안양'이란 대전제하에 '열린행정 구현', '삶의 질 향상', '푸른도시 조성' 그리고 '경제 활성화' 등을 시정방침으로 정하고 각 부문마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독려했습니다. 변화와 혁신시대에 맞춰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SNS)로 시민과의 열린 소통(疏通)에 앞장섰습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여러 부문에 걸쳐 결실을 맺기도 했습니다. '혁신교육지구' 선정이 그것입니다. 교육경비 지원 범위를 5%에서 7%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공교육혁신모델의 기틀을 잡게 됐습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초등학교 전학년 '친환경 무상급식'과 '셋째아 이상 자녀보육료 전액 지원'도 낭보(朗報)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재육성장학재단' 출범도 모두가 반기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거나 예체능, 과학분야 등에 소질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로서의 가능성을 누구에게나 열었습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고, 우수인재들이 안양으로 몰려오고 또 많은 젊은 부부들이 안양에 둥지를 틀고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는 초석을 마련했기에 누구보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관양스마트타운' 조성도 가슴 뛰는 일입니다. 국내 유수의 IT·BT기업 유치에 성공하며 생산유발 8천200여억원, 고용창출 1만1천여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 것이 고맙기만 합니다.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과 안양천 명소화 사업 등도 곧 빛을 발할 것입니다. 자기 자랑처럼 민망한 일도 드물 것입니다. 하물며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고 62만 안양시민 앞이면 더더욱 황망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 유교사상이나 고정관념에 치우쳤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공개적으로 다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말이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더 크게 이해하고, 더 멀리 다다를 수 있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참뜻을 새기고 싶습니다. 자기 자랑을 해도 야유가 아닌 박수를 받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임기 동안 할 일을 6개월 만에 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처럼 잘했다고, 더 잘하라고 격려받는 그런 시장이 되겠습니다. 이 마음 그대로 인사 올립니다. 62만 안양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