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환 (인천본사 편집경영본부장)
[경인일보=]신묘년(辛卯年)의 토끼는 어떤 동물일까. 영리할까, 약삭빠를까. 해가 바뀌자 여기저기서 '토끼타령'이다. 엄밀히 말해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한해를 나누는 것은 양력이 아닌 음력이 기준이지만 요즘은 양력으로 적용하는 것이 통상적이 돼 버렸다. 어찌됐든 유달리 올해는 '토끼타령'에 사자성어(四字成語)도 풍성하다.

그 원인이 뭘까. 간단하다. 너무나 힘겨웠던 지난해 즉, 묵은해를 빨리 잊고 새해를 맞고 싶은 심정이 배어 있다. 새해의 희망이란 말이 더욱 절실한 곳은 인천이다. 경인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북의 포탄공격까지 받은 한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토끼는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돼 왔는가. 대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구전소설인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등장한 토끼로 교만과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우린 당연히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한 토끼같은 한해를 기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척척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도 좀 따라주는 한해가 되길 바라서다.

사자성어로 본 신년 화두도 토끼에 거는 기대치 만큼이나 요란하다. 청와대는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으로 일기가성(一氣呵成)를 내놨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말고 과업을 이뤄내자는 의지로 해석된다.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 지난해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로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임기가 막바지에 가까워 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자칫 속도전이 다시금 등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기업인들이 신년에 내건 사자성어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붕정만리(鵬程萬里·붕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가 눈길을 끈다. 10년내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국내 유력 대기업이지만 그간 이렇다할만한 국제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내놓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얼마전 인천경영포럼에서 만난 기업인들도 하나같이 신묘년에 거는 기대치가 컸다. 우선 경제가 좋아지길 바랐고, 인천도 이제 제자리 잡아갔으면 하는 소망들을 쏟아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적성보인(赤誠報仁)이란 사자성어를 내놨다. 진정과 정성으로 오직 인천을 위해서만 뛰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취임초 걱정스런 말투와 행동, 측근 챙기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가 이제 진정으로 인천시민을 위한 목민관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좀 성급한 해석일까.

요즘 그의 행보를 유심히 들여다본 인천의 오피니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신중에 있는 것 같다는 평가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나쁘지 않은 소리다.

사실 인천은 많은 숙제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과연 서해 5도서에서 편안한 생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움츠린 지역 경제는 돌파구를 찾을까. 2014 아시안게임은 경기장 등이 예정대로 진행돼서 차질이 없을까. 바닥을 치고 있는 교육의 질은 좀 나아질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열음은 봉합될까 등등. 어느 것 하나 걱정거리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신묘년 새해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결과는 어떻게 마음 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힘을 모으냐에 따라서 도약의 한해가 될 수도 있고, 좌절의 한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그 중심에 있는 리더들의 생각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위기를 잡아가고, 끌고 가는 것은 리더들 몫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새해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해가 시작될 때는 초심(初心)을 얘기한다. 시음 마음처럼 말과 실천을 하자는 뜻에서다. 시민을 위해 신사독행(愼思篤行·신중히 생각하고 충실히 행동하라)하자는 사자성어가 새삼 느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