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인천학 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경인일보=]사회적 기업이 대안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 기업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딘가 밋밋하지만 사회적 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실현시키자는 대안에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실상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동어반복이라 할 수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설립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역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해야할 사회적 사명보다 이윤추구에 급급해 왔다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도 된다.

기업의 사회적 성격과 관련된 일련의 지각변동을 불러오는 진앙지가 바로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의식변화는 기업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문화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며 사회적 이슈들을 대안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 상품의 기능을 중시한 시장(마켓 1.0), 상품의 감성적 성격을 중시한 시장(마켓 2.0)을 넘어 소비자의 정신과 영혼에 호소하는 가치중심의 시장(마켓 3.0)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상품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과 에너지 위기와 같은 공동체의 이해와 관련된 상품, 소비자의 참여와 공유가 가능한 상품, 감정이입이 가능한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그 주체들이 새로운 시장의 변화가 의미하는 요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을 고용창출의 새로운 수단 정도로 바라보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는 경쟁중심의 비정한 사회를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로 전환시키는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기 위한 효과적인 토양과 제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기업의 존재의의는 기업의 목표로 설정한 사회적 가치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위대한 미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피터 드러거의 말처럼 기업의 목적이 지닌 가치와 진정성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활동해온 시민단체의 다양한 경험과 정신은 소중한 자산이며, 새로운 기업이 참조해야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사회적 기업의 또 다른 자본은 사업영역과 방법상의 창의성이다. 지금까지 돌아보지 않았던 영역을 찾아내고,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예술가와 예술집단의 활동을 관찰해보라. 그들은 동일한 사물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회적 기업의 터전은 지역이다. 글로벌 기업이 초국적 영토를 대상으로 활동한다면 사회적 기업은 우선 해당지역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는 로컬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현실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지역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주민들이다. 또다른 지역 자원은 도시의 문화와 역사가 형성한 고유성이다. 고유성은 고유한 발상으로 바라 볼 때 발견되는 것이지 범속한 눈에는 그냥 하나의 유물에 불과하다.

'3.0 마켓'의 도래와 파급효과는 시장의 변화, 소비자 의식의 변화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페이스북(Face-Book)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에서 보듯 문화와 사회의 전부면에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것은 국가나 지방과 같은 커다란 사회는 물론 기업이나 공동체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