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정 (경기도 디자인총괄추진단장)
[경인일보=]2011년도의 중요한 화두중 하나는 역시 국가안보다. 샌디에이고대학의 존 스토신저 교수는 그의 저서 '전쟁의 탄생'에서 20세기 이후 전쟁을 일으킨 국가들이 승리했거나 전쟁의 목적을 달성한 예가 없었다고 말한다.

세계 제 1·2차 대전이 그랬고 6·25 전쟁이 그랬으며,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하는 중동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그랬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주말에 많은 외국인을 만나는데 그들이 내게 제일 많이 던지는 질문은 북한이 올해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느냐는 것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북한과 근접해 있어 더 염려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스토신저 교수의 논리를 인용한다. 그리고 우리군의 전력이 북한 못지 않은 수준이고 지금과 같이 미국이 참여한 동북아내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과연 북한이 단독으로 전쟁을 일으키겠느냐고 안심시킨다. 실제로 북한이 G-20 정상회의 기간을 피하여 연평도 포격사건을 감행한 것을 보면 국제정치 구도를 외면한 채 무리하게 전면전을 야기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구책으로 빈번하게 국지전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의 의도는 우리 군이 전면전을 우려하여 대응공격을 제한적으로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첫째는 자신들의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둘째는 남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킴으로써 국제사회와 남한의 대북지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함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전적으로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면도 있다.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시스템이 개선되었고 무엇보다도 군과 국민들의 정신무장이 강화되었다. 연평도 포격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주문한 것과 해병대의 지원자들이 넘쳐난 사실들은 이러한 현상을 잘 대변한다.

군인의 강한 정신무장, 민군(民軍)간의 신뢰, 국민의 투철한 안보의식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한 전쟁억지력이 된다. 전쟁사를 볼 때 군 내부 기강이 해이해지고 국민과 군과의 유대가 약화됨으로써 전쟁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북한은 돌연 대화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요즘 남한의 내부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약화시키면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아닌가 분석된다. 죄없는 사람들을 살상하고 마을을 파괴한 만행을 자행하고도 태연하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는 사악한 야누스를 보는 것 같아 증오심이 더해진다.

그러나 북한은 결국 우리가 끌어안고 도와주어야 할 동포집단이므로 대화는 안할 수 없는 것이 남북한의 공통된 숙명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단호하게 군사적 대응은 하되 전면적인 전쟁 발발은 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모순된 사고일지 모르나 남북한 모두에게 안겨주는 상처가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에 응징할 수 있는 민과 군의 강한 정신무장과 상호 튼튼한 공조 토대위에서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오늘의 평화를 지키고 내일의 통일된 한국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