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환대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냉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2006년 4월 국빈방문보다 의전상 격이 한 단계 낮은 공식방문을 했던 후진타오 주석은 백악관의 무성의한 준비로 인해 난처한 상황을 당하였다. 행사 시작 후 국가가 연주될 때 장내 방송은 중국의 공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에서 인민(People's)을 생략하고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대만의 공식 국호 -이라고 안내하였다.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파룬궁(法輪功) 지지자가 사진기자석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항의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후 주석의 연설이 2분 정도 중단되기도 하였다. 부시 대통령도 백악관 환영식 도중 행사가 종료된 것으로 착각하고 단상에서 내려가는 후 주석의 소매를 잡는 결례를 범하였다.
무역 불균형 해소, 위안화 절상, 인권 탄압, 핵확산 문제 등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회담의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을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후 주석을 수행한 중국무역투자촉진단이 40여 건의 각종 경제협력을 체결할 예정이다.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의 대규모 구매 계약은 통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또 후 주석은 20일에는 시카고를 방문하여 경제인들을 만나고 중국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공자학원(孔子學院)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통령 재선을 위한 선거본부를 워싱턴이 아닌 시카고에 설치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후 주석의 시카고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더 이상 큰소리 칠 수 없는 데는 더 근본적인 까닭이 있다. 중국은 2008년 12월 이후 일본을 제치고 채무국 미국의 채권국이 되었다.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은 가구당 2만달러 이상의 부채를 중국에 지고 있다.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해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미국에 중국은 '요전수(搖錢樹·흔들면 돈이 떨어지는 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고를 관리하는 중국투자공사 사장 가오시칭(高西慶)이 이야기했듯이, 빌려온 자금을 회수당하지 않고 더 많이 빌리기 위해서 채무국은 채권국에 잘 보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 수출의 3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국제적 차원의 제재 노력에도 동참하고 있지 않다고 중국을 비판해 왔다. 연평도 사건 직후 양제츠(楊潔) 외교부장보다 격이 높은 다이빙궈(戴炳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한했을 때, 이명박 정부는 출발 몇 시간 전에서야 통보했다는 외교적 결례를 문제 삼으면서 6자회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하였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도 막대한 채무 때문에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 역시 작년 9월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를 둘러싼 영토분쟁 당시 취해진 희토류 금수조치 이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환대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우방이라는 한국이 왜 미국처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