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영 (인천영어마을 이사장)
[경인일보=]2000년 밀레니엄종이 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06년 2월 처음 문을 열고 그 동안 6만여명 초등학생들의 영어체험학습을 진행한 인천영어마을의 역사도 벌써 6년째로 접어든다. 설계 단계서부터 영어권 국가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시킨 인천영어마을의 교육 목표는 입소한 학생들을 한주동안 외부와 철저히 차단시킴으로써 그들을 영어라는 언어와 문화에 몰입시키는데 있다.

영어마을은 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기존 영어수업의 형태를 완벽히 깨버린 영어교육의 개혁이었다. 영어마을은 영어'학교'가 아닌 '마을'이며, 영어로도 'school' 이 아닌 'village'이다. 즉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생활하는 동네인 것이다. 이러한 영어마을의 체험학습은 지난 30여년간 교육을 해오면서 필자가 확신했던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이다. 교육은 학생들의 반응에서 그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영어마을 체험학습에 입소한 학생들의 첫 반응은 다양하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원어민 선생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대부분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정은 그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변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변화는 조금씩 매일 일어난다. 입소 사흘정도가 되면 학생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원어민들과 대화를 하고 장난을 친다. 퇴소 전날 밤 진행되는 캠프파이어 행사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며칠 동안 정들었던 원어민 선생님들과의 작별이 아쉬운 듯 펑펑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되면 입소 첫날 타고 왔던 버스에 다시 오르며 원어민 선생님들의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 또는 사인까지 받아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

직업체험학습과 생활체험학습으로 구성된 영어마을 교육의 포커스는 학생들을 영어로 몰입시키는 데 있다. 학생들이 한국이 아닌 영어권 국가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끔 그 상황과 환경을 연출해주는 것이다. 모든 체험학습과 생활을 영어로 진행시키므로 학생들이 영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영어에 몰입된 학생들에게서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창피해서 안하려고 했던 영어를 차츰 열심히 듣고 얘기한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이 영어마을에서는 수도 없이 입증되었다.

필자는 영어라면 치를 떨던 학생이었다. 충청도가 고향인 필자에게는 중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일어나서 영어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시간이 없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묻은 영어발음은 곧 같은 반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지만 필자에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의 그 창피함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설립한 기관이 바로 인천영어마을이다.

반드시 영어교육만이 체험학습으로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 이외에도 많은 교과들이 체험학습을 통해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로 도입된 창의적 체험활동은 그 동안 단계적으로 실시되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4개 영역으로 나뉘어 자율 활동, 진로 활동, 봉사 활동 그리고 동아리 활동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핵심은 위와 같은 체험활동을 교과 학습내용과 연계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서 익힌 특기와 재능을 직접 봉사 활동을 통해 나눌 수 있도록 체험활동 내에서의 연계활동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반드시 교육의 한 축이 되어 학생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 판단한다. 영어체험교육의 기대와 성과는 바로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결론적으로 영어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적시적소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창의적 체험활동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교육과 환경에 학생들을 몰입시키고 그들에게서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끄집어내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야 말로 바로 우리 교육자들이 지향해야할 시대적 사명이자 교육적 소신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앞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 교육계의 긍정적인 지각변동을 일으켜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