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만 보더라도 '부자 아이들 밥 먹일 돈으로 더 어렵고, 더 쓸모 있는 곳에 쓰라'든가, 인천의 경우처럼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복지라는 것은 '틀렸다, 나쁘다'라는 개념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복지는 특정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인 것이다. 복지는 인간의 보편 타당한 권리이지 '가난하고 못난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만약 복지가 가난한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시혜라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어 버리면, 지금처럼 무상급식이 부자급식으로 호도되거나,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들 돈 대줘야 하는 거냐'는 상대적으로 가진 자들의 저항 여론에 밀려 복지의 핵심인 지속가능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복지에 관한 우리의 시각을 시혜에서 '인권'으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재정 지출에 있어 선별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가 비용이 더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복지에 투자할 예산은 없다라든가, 부자감세로 아이들 밥 먹일 돈이 없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한 국회의원실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감세정책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감세유예가 풀리는 2012년 교육교부금 감소액이 3조9천40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부자감세로 교육청의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2012년 전국 초등·중학생 전면 무상급식 비용 2조1천827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금액이다.
이 같은 감세정책을 철회할 경우, 2012년부터 3년 동안 14조2천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은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감세 철회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수혜자가 고소득자와 대기업뿐인 부자감세 정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그동안 야당이 주도하던 복지경쟁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선언하며 뛰어들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들고 나왔을 때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도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이것이 각 당의 주요 정책이 되었다.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선거판에서는 무상정책을 주요공약으로 내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 정책을 주도하던 진보야당이 그 주도권을 빼앗긴 형국이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여·야 간 복지 논쟁과 경쟁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복지정책 이행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신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