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스승의 날에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의 1일교사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강의와 교수법에 일가견이 있는 사범대 교수가 중학교 교실에서는 10분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의 주목을 끌어야 했는 데 흥미로운 수업은 실패하고 나 혼자 떠들다가 나온 경험이 있다. 옆 친구들과의 이야기, 불쑥 일어나 다른 자리의 친구에게 다가가는 아이들…. 수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와 예절들은 이미 상실된 채였었다. 그 후로 필자는 중학교 교사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런 교실 붕괴 분위기에서 주당 평균 16~20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분들이기에 말이다. 특히 학생 인권 조례가 나온 이후 교사가 학생들에게 매 맞고, 성희롱을 당하는 일이 교육 현장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육체적인 폭행을 당한 건수는 2008년 25건에서 2009년에 35건, 2010년 상반기에 53건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폭행 건수에 여교사 비율이 초등이 74%이고 중학교가 65%라고 한다. 여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제공한 것은 바로 학생체벌금지와 학생 인권조례라고 한다. 이 제도들은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격을 존중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들에 의하여 학생들의 교사 폭력과 성희롱이 일어나고 교실이 붕괴되는 것은 왜 일까? 일선 학교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이 제도들이 교실 붕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에 누구든 토를 달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교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간접 체벌은 허용하는 방침을 제시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 펴기와 같은 훈육·훈계 수준의 교육적 벌은 가능해진다. 아울러 출석정지 제도와 학부모 상담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두발과 복장 등의 학생생활 규정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학교의 자율권도 확대된다. 교육부의 간접 체벌 허용 방안은 늦은 감이 있으나 일선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체벌과 관련해서 찬성 입장은 그릇된 행동을 하는 학생을 통제하는 효율적 방법으로 여기는 반면, 반대 입장은 벌을 주는 사람에게 증오심을 갖게 되고, 벌을 피하려는 회피학습이 이뤄진다고 한다. 물론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라는 체벌 금지의 아름다운 격언이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방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체벌에 대해서는 어느 시대 건 찬반 공방이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를 감안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간접체벌 방침을 정했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학생인권을 강조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분위기로 인해 일선 학교현장에서의 부작용 사례들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칙 제정에 대해 학교장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교육감 권한이 축소된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지만 교장에 의한 단위 학교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미 했어야할 일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는 학칙에 대한 자율권이 크게 확대되는 만큼 간접 체벌의 내용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할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 입장뿐만 아니라 새 법령에 따라 학생의 의견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번 간접 체벌 허용이 교실 붕괴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김교사에게 자신 있게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