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인천시 서구 시천동 신공항고속도로 공항방향 22.8㎞ 지점에서 공항리무진 광역버스가 고장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은 후 가드레일을 부수고 고속도로 9m 아래로 굴러 떨어져 파손된 채 도랑에 누워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김민재·정운기자]지난해 7월 2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대교 연결도로 버스 추락 참사와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고가 불과 6개월여만에 신공항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과 고장 차량에 대한 도로 관리 주체의 초동 조치 미흡 등 모든 것이 인천대교 연결도로 버스 추락 참사 당시 그대로였다.

■ 사고 개요

26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시 서구 시천동 신공항고속도로 공항 방향 22.8㎞ 지점에서 황모(57)씨가 몰던 리무진 버스가 고장으로 도로 위에 서 있던 정모(50)씨의 SM5승용차를 들이받고 도로 9m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2명과 승용차 운전자 정씨가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국인 여성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버스가 도로(편도 4차로) 2차로에 고장으로 서 있던 승용차와 우측 가드레일을 잇따라 들이받고 도로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 뒤 경사면을 따라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26·여)씨는 "버스에서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나면서 버스가 미끄러지더니 왼쪽으로 넘어졌다"면서 "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앞 차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드레일 바깥 경사면 곳곳에 심어진 소나무가 버스의 충격을 흡수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사고 원인 및 문제점

이번 사고는 인천대교 연결도로 버스 추락 사고와 마찬가지로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과 도로 관리 주체의 초동 조치 미흡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장으로 서 있던 승용차 운전자는 후방 100m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세워놓지 않았다. 이 운전자는 심지어 차량 밖으로 나오지 않고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있다가 부상을 입었다.

인천대교 참사 당시 전문가와 경찰들은 '고장 차량 뒤에 안전삼각대만 있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도로 관리 주체인 신공항하이웨이(주)가 2차로에 서 있는 고장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도 사고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총구간 42㎞의 신공항고속도로에는 모두 50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신공항하이웨이(주)는 고장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CCTV에 사각지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공항하이웨이(주) 관계자는 "사고 지점과 CCTV가 500~600m떨어져 있지만 평상시에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30분마다 순찰을 도는 차량도 고장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버스 운전자 황씨와 승용차 운전자 정씨를 상대로 과속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