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석묵(90) 할아버지가 1956년도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 과정에서의 심각한 '관권 부정선거'가 있었는지를 전해 들은 얘기를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정진오기자]조석묵(90) 할아버지는 '죽산 조봉암이 받은 표를 이승만 대통령의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말을 듣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렸다. 그 자리에 누구 누구 같이 있었는지도 모두 기억했다.

조 할아버지는 26일 강화군청 앞에 있는 경인일보 강화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1956년도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과정에서 얼마나 심각한 '관권 부정선거'가 있었는지를 전해 들은 얘기를 통해 털어놨다.

"나하고, ○○○ 강화문화원장 말고도 서예하는 심상태씨, 취화장 여관 주인 박창용씨,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윤재근씨, 강화군 노인회장을 맡았던 권태진씨가 함께 있었어요." 이 자리에서 서로 예전 얘기를 하다가 말이 죽산 조봉암에게로 옮아가자, ○○○ 원장이 갑자기 자신이 군청 직원으로 있을 때 일을 꺼냈다고 했다.

"'밤을 새워 작업했는데도, 2만 표밖에 못 바꿨다'는 ○○○ 원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 원장의 얼굴을 후려갈겼어요. 둘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는데, 같이 있던 사람들이 말려서 겨우 끝났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는 모두 죽고 나만 남았네요."

이 일이 있고 나서 조 할아버지와 ○○○ 원장과의 관계는 냉랭했다고 한다. 조 할아버지도 당시 강화문화원 이사로 있었는데, 문화원과 관련한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 원장이 조 할아버지에게는 소식을 전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조 할아버지는 그 뒤로 지금까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내 놓고 당시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