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도심에서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권리는 얼마만큼 보장될 수 있을까. 공공이 자연을 조망하는 가치는 얼마만큼일까. 산·바다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사적 조망권' 논란이 '공공 조망권'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과 바다 주변에 있는 저층 빌라·단독주택 단지에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방식의 동시다발적 개발을 앞둔 인천시 입장에서 공공 조망권 확보는 '살기 좋은 도시',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선결 과제 중 하나다. 경인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인천시 공공 조망권의 현실을 짚어보고 법제화 방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19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공공 조망권'이 이슈가 됐다. 도시계획위원들은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이 계양산 조망 경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구역지정·개발계획 안건을 보류(경인일보 1월 20일자 1면 보도)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을 계기로 공공 조망권이란 개념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련기사 3면

인천을 비롯해 그동안 전국에서 논란이 된 조망권 분쟁의 핵심은 주거권 침해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송도의 한 아파트단지 앞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기존 아파트 주민들이 조망권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했다. 서울 한강변, 부산의 해운대에서 이 같은 법적 분쟁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다. 조망권 침해가 곧 주택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조망권 논란은 기존의 법적 분쟁과 큰 차이가 있다. 조망권을 재산권으로 인식하는 그간의 사례와 달리 효성구역의 경우는 '조망권 침해=공공의 이익 저해'라는 공식으로 접근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안이다.

효성구역의 사례는 앞으로 인천시 도시계획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과 많은 사람들이 계양산을 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맞서 인천시가 어떤 입장을 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층아파트 건설 위주의 대규모 도시개발을 앞둔 인천시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이성창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내 집에서 보는 조망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산과 바다 등은 도시의 중요한 경관자원이 됐다"며 "일부 사람이 공공의 자원을 못 보게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