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인일보=]작년 6·2지방선거 이후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는 이 용어의 의미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수준과는 무관하게, 정치인들이 이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그들의 공약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을 보면 사회적기업에 관한 내용이 특집으로 소개되는 등, 이전에 비해 그 사회적 인지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무슨 '사회주의적'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황당한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의 수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기업을 고용정책의 수단으로서만 이해할 뿐이지 사회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주체로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이해와 지원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하에서의 사회적기업은 그저 하나의 붐에 불과하지, 정치권에서 희망하고 있는 고용난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또 그 본질일 수밖에 없는 사회 변혁을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 간주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공공적 가치의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어서, 영리기업에 비해 경제적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관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을 보면, 비영리 조직 및 중소기업 지원의 측면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제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산업정책 또는 상공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경향은 사회적기업을 그저 고용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산업구조 고도화 및 대안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로서 인식한 것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제성 또는 수익성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사회적기업을 사업 수익성 또는 투자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어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 성과의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나, 외국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을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나 만들어내는 소극적인 주체로 간주하는데 그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이와 같은 현주소와 관련해서, 그 경제성을 보다 유연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파트너로서 인식하고 또 육성해 나가는 중장기적 전략이다.

사회적기업의 특징은 스스로 사회적 과제를 발견하여 그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이노베이션'에 도전하는 주체라는 점에 있다. '이노베이션'에는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단계'와 그와 같은 새로운 상품을 응용하여 수평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두 번째 단계'가 있다. 정부와 같은 지원 주체는 전자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사업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후자의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의 지속적인 파트너로 작용할 수 있는 지자체의 관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사업 지원(자금 및 인재)과 같은 공급 지원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수요 지원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문자 그대로 사회적기업의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행정기관의 아웃소싱을 통한 사업 수요 창출이 대표적이다. 위탁사업은 사업 수요와 수입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재정개혁 효과 역시 확보할 수 있다. 단, 공적사업을 사회적기업에 위탁할 때는, 예를 들어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다든지 또는 위탁에 의한 빈곤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임금을 조건으로 하는 공공 조달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공급 지원으로서는, 사회성과 사업성을 양립시켜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화 및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인재난에 허덕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 직원들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공한 사회적기업의 사업체계를 구조화하고 그 모델을 보급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게 되면, 사회 변혁을 지향하는 이들의 참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