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들이 가족같은 가축과 이별하고 피땀으로 일군 농장이 송두리째 땅속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이것은 우리만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앙이다. 대한민국 전체에 닥친 불행이며 우리 모두의 시련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따위 바이러스 앞에 절대로 굴복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구제역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빠른 해결을 위해 많은 분들께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축산 농가는 예방접종을 했다고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되며 외부와의 접촉은 절대로 금지하고 농장 자체에 대한 소독을 1일 2회 이상 더욱 강화하고 불가피하게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은 내부와 외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가축을 매몰 처분한 농가들도 14일 이상 외출을 금지하고 자체 농장소독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축산물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화로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고, 경영 합리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시장 개방에 따른 가축방역의 선진화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이 미흡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제역, AI 등 악성가축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및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실정에 적합한 가축방역시스템을 갖추고 축산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가축질병 진단 및 연구기능을 구축해야 한다. 구제역과 같은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해 축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면 축산농가만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 약품, 동물병원, 가공, 유통 심지어는 관련 공무원, 전문대학에까지도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관련 산업종사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들까지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축산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여러 차례의 위기도 넘어 왔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축산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농업 절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 기반이 붕괴되면, 그나마 육류의 안전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가축 질병은 오늘 끝났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의 고민이나 절대로 축산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어제는 땅속에 가축을 묻었지만 오늘은 민관이 모두 합심하여 내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