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선택의 날은 1년이 넘게 남았는데 선량(選良)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손으로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지역구내에서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국회의원들도 요즘 종종 눈에 띈다. '철새'들도 돌아왔다.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철새'들이 좀 일찍 왔다. 돌아온 용팔이처럼 그 활보가 심상치 않다. 동창회나 신년 모임은 물론이고, 지역의 각종 행사에도 기웃거린다. 감투욕도 노골적이다. 역시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져보니 그 시기가 예년에 비해 좀 빨라졌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내년 총선은 파동이 클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변혁과 물갈이가 극심할 것이고, 민심 또한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19대 총선은 대선과 맞물려 그 변화의 파장은 현재 시계 제로다. 그래서 현역들의 불안감이 더 역력하다. 공천은 공천대로, 지역의 표심은 표심대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주민들의 정치 불신도 이전보다 훨씬 심화됐고, 현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여당이 많은 인천의원들은 스스로가 '위험수준'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일까. 연초부터 아예 지역구에 내려와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원들이 부쩍 늘었다.
연초에 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때 현 국회의원을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이 38.1%로, '지지할 것'의 36.7%보다 높았다. 사실상 부정의 답에 가까운 '모르겠다'고 답한 경우도 25.3%나 됐다. 이 조사결과만 봐도 현역들의 조바심은 엄살이 아니다. 이런 낌새를 챘나. 역시 '정치 철새'들의 눈치는 고수급이다. 정치 9단쯤은 못돼도 이젠 몇 단쯤은 됐나 보다. 선거를 치른 뒤 몇 해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이들이 갑자기 연초부터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또 각종 모임장소에선 얼굴을 마주치기 일쑤다. 주민들과의 스킨십 강도도 예사롭지 않다. 수십년 째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행태들이다.
때 이른 정치의 계절. 과연 이들의 요즘 행태가 표심으로 이어질까. 어림 없는 일이다. 이 시대의 유권자들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표(票)는 의도적인 이미지 관리나 스킨십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고서 어떻게 표심을 얻겠다는 건가. 인천의 현역 국회의원은 12명. 과연 이들 중에 19대 국회에 입성할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성급한 예측이지만, 현시점에서 투표를 할 경우 안심할 사람은 손꼽을 정도라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왜 이럴까.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은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의정활동이 문제다. 의원 한 명당 1년에 5억원 이상의 세금을 쓰면서 과연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고 있는가. 국회의원은 헌법 제 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돼 있다. 소속 정당의 꼭두각시가 아닌 국가를 위해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펴고 있느냐는 것이다. 또 인천의 각종 현안해결을 위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본 적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때, '난 이랬소'라고 자신있게 말할 의원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철새 정치인들이 유리하다는 얘긴 더 아니다. 이들이야 말로 그동안 국가와 지역을 위해 뭔 일을 했으며, 준비된 자세를 갖췄는지 보여줄 차례다. 평소에는 어디서 뭘 하다가 때가 되면 나타나는가. 그것이 더 궁금할 따름이다.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서 국민 운운하며, 유권자들을 속이려다가 큰 코 다친 '정치꾼'이 한둘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아직 늦진 않았다. 그동안 낙제 점수를 받았다 치더라도 아직 1년여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현역은 현역대로, 철새나 신인은 신인대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헌신 봉사할 프로젝트를 보여줄 시점이다. 오는 4월 재보선이 끝나면, 총선 열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과연 19대 총선에선 어떤 인물이 금 배지를 달지, 내년 4월 총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