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연평도/임승재·정운기자]"아무렴, 고향이 좋지요. 내 집만한 곳이 또 어디 있겠어요."
요즘 연평도는 막바지 굴 캐기가 한창이다. 겨울철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연평도 주민들은 이맘때면 바닷가에 나가 굴을 캐다 판 돈으로 생계를 잇는다.
"참, 실하지요?" 15일 오후 3시30분께 연평도 남부리 마을. 집 대문 앞에서 굴 껍데기를 까고 있던 김종녀(73)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잠깐 나가 캐 왔다는 굴이 큰 바가지에 한가득 담겨 있었다.
김포시 양곡지구 아파트에서 지냈던 김 할머니는 지난달말 작정하고 연평도로 들어왔다. 추운 날씨에 수도 계량기가 터져 옆 집에서 물을 얻어다 쓰고 보일러도 고장 나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한결 편하다고 했다.
최후남(70) 할머니도 이날 짐을 챙겨 연평도 집으로 돌아왔다. 소식을 접한 언니 최남복(74) 할머니가 동생을 만나러 한 걸음에 달려왔다. 두 자매는 6·25 전쟁 당시 부모님을 따라 북한에서 연평도로 피란 와 지금까지 길 건너 이웃집에 살고 있다.
보름 전 들어왔다는 최남복 할머니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찜질방과 양곡지구 아파트 피란생활에 대해 "징역살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북쪽에서만 가만 있으면 여기 만큼 살기 좋은 곳도 없다"고 했다.
동생 최후남 할머니도 짐을 풀다 "시골에서 살아야지 육지에선 못산다"며 맞장구를 쳤다.
화재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남부리 마을의 가장 번화가인 한 골목은 아직도 당시 포격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며칠 전 문을 다시 연 골목 슈퍼마켓 주인인 변재순(73) 할머니는 "지금도 조금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그래도 집에 다시 오니 마음은 놓인다"고 했다.
이날 연평도 곳곳에는 상수도와 보일러를 수리하고, 창틀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식당은 일부 문을 열었다. 면사무소는 입도 주민을 파악하고 구호물품을 나눠 주느라 분주했다. 연평도 보건지소도 인천의료원이 정기 진료를 나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연세가 많고 날씨가 추워 그런지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