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연평도/임승재·정운기자] 80여일의 피란생활을 마치고 15일 낮 12시께 연평도에 도착한 성천경(62 )·이춘화(55·여)씨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다. 성씨 부부는 그동안 생활했던 옷과 생활물품 등이 든 짐을 양손에 들고 배에서 내렸다. 오랜 피란생활 탓에 짐이 너무 많아 성씨의 어머니 박용녀(81)씨도 손을 보탰다.
집에 도착한 성씨 부부는 보일러와 수도부터 살폈다. 수도와 보일러가 정상 가동하는 것을 확인한 성씨는 "물 나온다. 보일러도 돌아간다"며 안도의 탄성을 쏟아냈다.
이씨는 집안을 꼼꼼히 둘러보면서 "집에 먼지가 너무 많다. 청소하는데 3~4일은 걸릴 것 같다"며 한숨짓기도 했다.
집안 곳곳에는 포격의 여파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벽에 걸린 액자는 제 위치를 벗어나 있었고, 미닫이문 한 칸은 문틀을 벗어난 채 방치돼 있었다.
성씨 부부는 "이제는 연평도를 나갈 생각이 없다. 살던 곳이 가장 편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피란생활을 떠올리며 "불편했던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찜질방은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너무 탁했다"며 "담배연기 때문에 사이렌이 울렸을땐 무슨 일이 터진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씨는 "찜질방보다 아파트가 살기는 편했지만, 여러 가구가 한 집에 있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부인의 말을 거들었다. 성씨 가족은 집안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예전처럼 바닷가로 나가 굴을 캐며 지낼 예정이다. 또 면사무소에서 하는 공공근로 등의 일자리에도 참여해 생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성씨는 "이제 피란생활이 끝났으니 일하면서 살아야지"라며 웃었다.
이씨도 "스트레스 때문에 옆구리 한쪽이 아팠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며 "집이 좋기는 좋은가보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성씨 가족과 함께 이날 하루에만 75명의 주민이 연평도로 귀향했다. 현재 연평도엔 모두 438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