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지난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의 불안감 속에서도 OECD 회원국중 두 번째로 높은 연 6.1%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상의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민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기업 중심의 수출부문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서야 비로소 내수부문이 회복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 및 수출기업들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이익을 창출하였으나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나 가계 소득은 하반기 이후 다소 향상되는 데 그쳐 '경기양극화와 상생'이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당초 올해 우리경제는 전년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활성화로 서민경제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런데 연초부터 물가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서민 경제에 커다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금년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4.1% 상승하여 작년 10월 이후 석달 만에 다시 4%대로 뛰어올랐고, 생산자물가도 2년 2개월만에 최고수준인 6.2% 상승을 기록하였다.

최근의 가파른 물가상승은 공급측의 비용요인과 수요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우선 이집트 사태 등으로 인한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이상기온 등에 따른 국제농산물 가격 급등, 중국내 물가상승의 전이 등 공급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증대, 미국의 양적완화정책 등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 이로 인한 투기수요 증가 등 수요요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에 기인한 높은 물가상승률은 국가경제의 성장에 위협요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부의 이전효과를 수반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즉, 근로자 등의 서민으로부터 실물자산을 가진 기업이나 부유층에게 이득이 이전되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물가상승 내역을 보면 전월세 가격 급등, 구제역 및 이상기온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급등 등 서민들의 생활물가와 관련된 품목들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어 우리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처하여 정부는 다각적인 개별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새해벽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물가안정 노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 하면 공급측면의 비용상승 요인들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보이면서 수요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하에서 물가불안을 진정시키고 서민경제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미시적으로는 국제원자재 및 농수축산물의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비용 절감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정부 및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 전월세가격 및 국내농산물 가격 안정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 안정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거시적으로 정책당국은 경기·고용상황과 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제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상승을 견인하지 않도록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대출억제, 급격한 환율변동 방지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의 재정지출도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적절한 정책적 조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유동성 조절 효과가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금리 조정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