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정부의 2·11 대책에도 전셋값 상승과 전세 물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소득 중하위 계층에 속하는 '빌라촌' 세입(희망)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동인천중학교 부근 다은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난 박지순 대표는 전세 동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A4용지 크기의 상자에 가득 차 있는 전셋집 대기자 서류를 보여줬다. 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만 40여명이 전셋집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물량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고 한다. 간석동 빌라촌은 인근에 지하철역, 공원, 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등이 있어 인천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최근 1년동안 전세가격이 1천만~1천500만원씩 올랐지만 마땅히 이사할 곳이 없어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3~4개월 전부터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릴 것을 대비해 자금을 마련하는 집이 많다"며 "반지하방 전세도 1년 전 2천500만원하던 것이 4천만원까지 올랐지만 물량이 없어 못들어가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빌라촌 거주자 중에서도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가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급증한 임차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가 많다고 한다. 결국 이들 가구는 현 거주지보다 더욱 환경이 안 좋은 곳으로 집을 옮길 수 밖에 없다.
남동산업단지 근로자, 학생 등이 많이 거주하는 연수구 선학동 빌라촌에서는 전세가 자취를 감췄다. 선학동 SK공인중개사 사무소 신현인 대표는 "원룸, 상가주택의 경우 전세 자체가 없다"며 "그나마 있는 전셋집 가격이 폭등해 매매가의 70~80%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레 오른 임차료를 부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기보다 교통이 나쁘고, 집 넓이가 좁은 곳으로 이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구 문학동 빌라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학동 가나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최희숙 대표는 "전세 4천만원을 내고 사는 중하위계층 가구에 갑자기 1천만원을 더 내라고 하면 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여기보다 집값이 싼 도심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