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조용완 논설위원]신뢰가 깨지면 그 여파는 일상 깊숙이 자리잡아 사회현상으로 나타난다. 신뢰는 개인과 조직의 성공,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중요한 핵심요소로, 신뢰를 잃으면 혼란과 불안의 원인이 돼 성공도 도약도 일장춘몽(一場春夢), 덧없이 사라지게 된다. 소·돼지 전염병인 구제역에 대한 불신이 일파 만파다. 사태가 진정돼 가는 조짐이지만, 부산물인 가축매몰지의 침출수가 환경오염이라는 2차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논란은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유언비어와 음모론·괴소문으로 변질,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에서 세를 불리며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는 양상으로 번졌다.

유언비어 등은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정부가 불신과 불안의 일차적 원인으로 지목돼 있다는 것으로, 정부가 이를 잠재워야 하지만 신뢰쌓기가 단기간에 어렵다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녹물로 밝혀져 해프닝에 그친 수도꼭지 돼지 핏물사건은 침출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낳은 잔해물이다. 사실확인에도 불신은 여전하다. 환경부가 트위터를 통해 올린 해명에 한 누리꾼은 '난 이 정권에서 하는 말은 하나도 못 믿겠다'는 글을 올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탄저균이 검출돼도 검출됐다고 사실대로 이야기는 안 할 거 같다'는 댓글도 달았다.

음모론에서의 불신은 충격적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정부가 고의로 구제역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러시아를 다녀온 후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옮겨온 것 같다' 등등. 괴담에 이르면 소름이 끼친다. '남대문이 불타면 국운이 다한 것이니 한양에서 되도록 멀리 도망가라. 돌림병이 돌아 시체가 쌓이니 세 집 건너 한 집만 살아 남는다'는 등 조선시대 예언을 현실에 접목시켰다.

사실일 수 없는 댓글이 꼬리를 무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다. 싸움으로 얼룩진 대형사건을 대하면서 국민들은 상실감만 키웠다. 불신이 쌓여 믿음을 잃어 버린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제부턴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 그것만이 불신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신뢰를 주지 못한 위정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