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의종·사정원·이호승기자]4·27 성남분당을 보궐선거전이 가시화되면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여야 거물급 3인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을 차출론이 급부상하면서 한나라당에서는 대항마 찾기에 고심하는 등 초반부터 여야 정당간 신경전이 만만찮게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의 거취가 한나라당 공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여당의 '아성'에 손 대표를 출마시켜 적진을 뒤흔들어야 한다는 차출론이 설득력을 더하면서 분당을 보궐선거가 거물급 대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강재섭 전 대표

다선 의원들 극심한 반대속 "강 행군"… 곧 사무실 개소 텃밭 '올인'

6선에 도전하는 강 전 대표는 이 지역에서 15년 이상 거주하면서 강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지인을 공천해야 하는 부담도 없애고 당 화합과 여당의 정권 재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강 전 대표가 다시 국회로 돌아올 경우 경쟁이 불가피한 다선 정치인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강 전 대표는 그럴수록 강수로 나서고 있다. 오는 13일 분당구 정자동에서 사무실 개소식을 가질 예정인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과 다중 이용시설을 누비고 다니며 '올인'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직전 당협위원장인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친강' 의원들이 조만간 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인들에게 "2년 반 동안 정치권 밖에서 민심이 무엇인지 배웠다"며 "이런 민심을 정치권에 정확하게 전달, 한나라당이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정운찬 전 총리

"정 카드" 영입놓고 찬반 극명히 갈려… 내락설도 솔솔 확답은 없어

강 전 대표와는 달리 아직은 출마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영입에 무게를 두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이 영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최근 대기업의 '이익공유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영입파와 반대파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공천 유력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다 짜놓고 하는거 아니냐"며 정 전 총리의 공천 내락설에 무게를 실었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온데다 당 지도부가 느끼는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총리가 표면적으로 의지를 굳히지 않을 경우 쉽게 공천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손학규 대표

與대항마 못찾아 점점 무게… "손 사래" 강한 거부… 최후선택 관심

손 대표의 분당을 차출론이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손 대표의 분당을 차출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손 대표의 차출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돌면서 아직 후보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분당을은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역구였단 점에서 한나라당 세가 강하고 지역 유권자들도 거물급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 손 대표는 최근 여러 인사들을 만나 분당을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대표 측근들과 당직자들은 손 대표의 분당 출마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손 대표의 마지막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與 강라인-정라인 세력 형성… 민주 대권주자 진영간 신경전

여야의 4·27 성남분당을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겉으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히든카드'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내심 정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카드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양 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상징성이 높은 분당을에 거물급 후보를 거론하는 것도 이런 정치적 역학구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 손학규 차출론에 한나라 비상 = 분당을 선거전의 거물급 대결에 불을 지핀 것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차출론. 경기도지사 출신인 손 대표에게 한나라당 '아성' 지역에 출마해 야당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손 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비상이 걸렸다. 각종 조사에서 손 대표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강재섭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등 거물급 대항마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패를 보고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여당의 세력싸움 =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설과 관련, 현재 한나라당 내에선 강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선출방식은 경선으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여론조사 경선, 당원 경선 등은 공심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청간에는 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강' 그룹과 정 전 총리를 지원하는 '친정' 라인이 뚜렷하게 갈린다. 친박계인 강 전 대표가 보선에서 성공할 경우 친이계가 껄끄러운 데다 차기 대권경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친정파의 경우 정 전 총리를 내세우려 하고 있지만 정 전 총리가 의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 전 총리에 대한 낙하산 공천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다.

■ 민주당의 대권경쟁 = 민주당은 미묘한 대권주자간의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차출론이 자칫 손 대표와 대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정세균계의 묘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문학진(하남), 김영환(안산 상록을) 의원 등은 최근 트위터와 당 회의에서 "내가 손 대표라면 분당에 나가서 장렬히 싸울텐데…"라며 출마를 부추겼다. 손 대표측은 이 두 의원이 손 대표와 가깝지 않다는 점을 들어 손 대표 흔들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 군소후보들의 틈새공략 = 거물급 싸움에 군소 후보들의 틈새 공략도 눈길을 끈다. 성남 분당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주자들은 한나라당 6명, 민주당 2명, 국민참여당 1명 등 총 9명. 한나라당의 경우 강 전 대표를 제외하면 박계동(58) 전 의원과 박명희(56)·김기홍(46)·한창구(62)·장석일(49)씨 등이며, 민주당은 김병욱(46)·김종우(55)씨, 국민참여당은 이종웅(44)씨 등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참신함을 무기로 '지역일꾼론'을 앞세우고 있다. 거물급 인사들의 낙하산 공천 대신에 분당을 알고, 분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역일꾼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