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박상일기자]"흙을 주자니 돈이 아깝고, 못준다고 하자니 후환(?)이 두렵네요."

수원에서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사를 하고 있는 A업체는 최근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부터 수원시가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흙을 수원산업3단지 조성공사에 투입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 공식 공문 발송에 이어, 최근에는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전화를 걸어 흙 반입을 독촉하는 바람에 업체측은 난감해 하고 있다.

흙을 무상 제공할 경우 그만큼 회사가 피해를 입게 되지만 행여나 행정상의 불이익이라도 입을까봐 두려워 딱 잘라 거절을 못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수원시가 요구하는 만큼의 흙을 무상 제공할 경우 손해액만 5억~6억원에 달하게 된다"며 "저가입찰에 따른 손실을 흙을 팔아 조금이나마 메우고 있는데 흙을 내놓으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상황은 인근의 다른 공사업체들도 마찬가지. 업체들마다 최근 부쩍 심해진 수원시의 '흙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수원시가 이처럼 흙 반입을 요구하는 것은 최근 대형 공사장이 줄어든데다 시화지구 개발 등에 대규모 흙 수요가 발생하면서 성토용 흙을 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흙 부족사태가 심화돼 성토작업을 거의 중단하고 구조물공사를 먼저 진행하는 등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관련 부서도 비상이다.

수원산업3단지 조성공사는 조성원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흙 구매 예산을 아예 세우지 않아 시측은 업체들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수원산업3단지 조성에 들어가는 흙을 돈을 주고 구입한다면 약 300억원이 추가로 들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입주업체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광교지구를 비롯해 여러 곳의 개발사업지에서 흙을 제공받기로 약속해 놨기 때문에 올 하반기쯤에는 흙 부족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산업3단지는 수원 권선구 고색동 일원 약 80만㎡의 부지에 오는 2013년까지 조성되며 금속·전자·영상·의료 등 업종의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