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희 (수원보훈지청 복지팀장)
[경인일보=]꽃샘 추위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봄이 오고 있음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경칩이 지난 3월에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세상의 변화무쌍한 소식에 눈을 뜬다. 연일 보도되는 지구촌의 소식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잠시라도 쉬게 놓아두지 않는다. 거센 민주화의 물결이 저 멀리 아프리카,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되어 억압받던 민중의 삶에 불꽃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물론 고난의 여정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는 오늘날, 바야흐로 세계화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의 민주화 투쟁을 보면서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본다.

멈추지 않는 기관차의 동력처럼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아 숨쉬는 생물인 것 같다. 우리도 51년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분출하여 독재의 그늘을 걷어낸 바가 있다.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은 장기 집권 유지를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하였고 마산시민과 학생들이 이에 항거하여 시위를 일으켰다. 정부는 경찰을 동원하여 강제 진압에 나섰고 흉폭한 진압에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마산시민들의 가슴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4월 11일, 1차 의거때 행방불명되었던 김주열 군이 머리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의 시체로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르자 시민들은 다시 2차 의거를 일으켜 투쟁하였고 이 항쟁으로 12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부상, 체포, 구금되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러한 마산시민과 학생들의 의로운 투쟁은 전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마침내 독재 정권의 막을 내리게 하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사회·경제적 여건의 미성숙으로 부침이 있었으나 이를 토대로 굳건한 민주화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는 4·19민주혁명은 익히 배워 알고 있으나 그 기폭제가 되었던 3·15민주의거에 대해서는 그 평가가 미루어져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였다. 마침내 자유·민주·정의가 기본 정신인 3·15민주의거가 제대로 평가되어 2010년에는 정부기념일로 제정되었고 올해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정부 행사가 거행된다. 이즈음에도 우리는 모두 머리 숙여 감사하고 가슴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3대 세습체제 구축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전쟁 위협을 공공연히 떠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무한경쟁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도 많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51년 전 자유·민주·정의를 위해 온 몸을 불사른 선배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숱한 국난에도 국가 안보를 위해 초개와 같이 산화한 선열들의 피와 땀이 숨쉬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세계 평화의 소중함을 이미 반세기 전에 경험하였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소중한 경험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현실의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 미래의 주역들에게 꿈과 희망의 나라를 물려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오늘의 내우외환을 의연히 극복해 나가면서 세계 질서의 중심에 서고 있는 대한민국을 그려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직도 자유에 목말라 있는 나라와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그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