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잇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국내 금융시장을 장중 한때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잇따른 폭발 사고와 도쿄 등에서의 방사능 물질 검출이 공포감을 유발하고 투자심리를 극도로 악화시킨 결과다.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7.31포인트(2.40%) 하락한 1,923.92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13.54포인트(2.69%) 내린 489.44로 작년 12월28일 이후 처음으로 500선 밑으로 내려섰다.
코스피는 개장 초반 전날보다 4.41포인트(0.22%) 하락한 1,966.82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서 수소폭발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돼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어 도쿄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가 넘게 급락해 1,9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장 후반 들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으로 추정되는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그나마 낙폭이 축소됐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2천300억원을,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5천223계약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별다른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외국인이 16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진 피해 복구로 인한 수혜 기대감에 시멘트 관련주가 포진한 비금속광물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이 내렸다.
지진 수혜주로 떠올라 전날 급등세를 보였던 철강ㆍ금속업종(3.30%)과 화학(0.81%), 전기전자(3.72%) 업종은 하루만에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4.44% 급락한 가운데 포스코(3.48%), 현대차(2.16%), 기아차(3.27%) 등 대형주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반면 원전 폭발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 태양광ㆍ풍력주는 오름세를 보였다.
OCI가 4.33% 올랐고 웅진에너지(3.86%), 오성엘에스티(2.71%), 태웅(3.84%), 용현BM(3.31%)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전 폭발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시장을 강하게 짓눌렀다. 섣부른 관측에 기대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심리적 과잉반응 상태를 보여 지지선을 찾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도 "1,900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만큼 공격적인 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심한 급락세를 연출해 10% 넘게 하락하며 8,600선까지 내려왔다.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0원 오른 1,134.80에 마감했다. 1,13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20여일 만이다.
일본발 충격에 한때 1,138원까지 급등하기도 했으나, 당국의 매도 개입과 수출업체의 달러매도가 나오면서 상승폭은 제한됐다.
채권 가격은 코스피가 폭락하자 반사이익을 누리며 7일째 강세 흐름(금리 하락)을 보였다.
지표물인 국고채 3ㆍ5년물은 전날보다 0.07%포인트씩 하락해 3.57%와 3.89%로 장을 마쳤고,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0.08%포인트와 0.07%포인트 내려 4.27%와 4.4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