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최첨단 타임머신 타고 역사 이전 과거로 시간여행 떠나요'. 세계 고고학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현장에 지어지는 국내 최초, 최대의 박물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이 오는 5월5일 어린이날 개관할 예정이다. 1978년 발굴된 연천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 문화가 없었고, 그보다 뒤떨어진 찍개만 있었다는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일대 사건이었다.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으로 세계 고고학계에 충격과 함께 역사를 다시 쓰도록 만들어준 구석기 역사의 현장 전곡리에 국내 처음이자 최대 규모의 선사유적박물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인골 및 선사시대 동물모형.

#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총사업비 472억원을 투자해 7만2천599㎡의 부지에 건축면적 5천㎡ 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로 마지막 마무리작업을 벌이고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은 밖에서 보면 은색의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땅에 내려앉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또한 내부는 거대한 동굴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어 미래에서 과거의 유물을 싣고 다니던 시간여행자가 불시착한 타임캡슐을 보는 듯 독특한 인상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볼거리다.

'전곡선사박물관'에는 전곡리 구석기유적지에서 출토된 아슐리안 주먹도끼 등 구석기유물들을 중심으로 추가령지구대의 자연사를 비롯해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인골모형, 환경에 적응하는 인류와 동물, 동굴벽화 재현 등이 주요한 주제로 구성되는 상설전시관이 들어선다.

또 전시장 안에는 일반인들도 쉽게 다양한 고고학 연구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고고학체험교실을 비롯해 선사레스토랑 등이 들어서서 선사시대에 대해 체감적인 느낌을 간접경험을 통해 가져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전곡선사박물관'은 관람자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관람하는 것이 선사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고고학 체험교실에서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까지도 직접 사냥체험과 석기만들기, 불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뼈와 조개 등을 활용한 장신구 만들기, 원시요리법, 골각기 만들기, 벽화재현, 발굴체험, 유적답사, 교양강좌 등 다양한 고고학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돼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연천 전곡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다양한 모양의 주먹도끼들.

'전곡선사박물관'의 지하에는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과 기획전시실이 들어서 복합적인 문화공간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에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전곡선사박물관' 개관에 맞춰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네덜란드 레이던민족학 박물관 등과 공동으로 수준높은 유물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시회와 세계 15개국 60여명의 구석기학자가 참여하는 세계 아슐리안 주먹도끼학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 구석기 유물의 의미

불과 11년 전 일본에서는 전 세계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희대의 구석기유물 날조사건이 있었다. 동아시아 구석기 유적으로 중국 베이징원인은 약 50만년 전, 한국의 연천군 전곡리 유적지는 약 30만년 전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확인된 유적들은 5만~7만 년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고고학 발굴단은 2000년 10월 미야기현 가미타카모리 유적지에서 70만년 전 석기 31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1월5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발굴단장 후지무라 신이치가 유적지 현장에서 몰래 석기를 묻는 장면을 촬영해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진상조사 결과 가미타카모리를 포함해 후지무라는 그동안 발굴에 관여한 유적지 180여곳 가운데 162개 구석기 전·중기 유적이 이처럼 사전에 파묻어 날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 선사유적지에서 발굴된 매머드뼈집 모형.

일본에서 이처럼 얼토당토 않은 날조사건이 왜 발생했을까. 그건 바로 일본의 문화 콤플렉스 때문이다. 일본에는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달리 7만년 이전 전기 구석기 유적이 발견된 바가 없다. 따라서 일본은 자체 문명이 아닌 중국이나 한반도를 거쳐온 사람들이 정착한 땅이라는 굴레를 안고 있었던 것. 가뜩이나 역사적으로 중국 및 한국의 학자들에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일본 고고학계가 기다려왔던 발굴이라 정밀하게 확인해보지도 않고 인정해버렸던 것이다. 이런 일화 등을 통해 우리는 전곡리 구석기 유물이 주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다.

#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발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자, 가장 큰 규모로 남아있는 유적이다. 지난 1978년 미군 병사에 의해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처음 발견되면서 알려졌고 현재 국가사적 268호로 지정보존되고 있다. 전곡리 유적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 도끼가 발견되어 세계의 주목을 끌었으며, 당시 세계구석기문화를 설명하던 모비우스 교수의 세계구석기 2원론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전곡리 유적은 현무암 단애로 둘러싸인 한탄강의 뛰어난 경관과 함께 동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구석기유적으로서 장차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 선사시대 동굴벽화 재연.

※ 아슐리안 주먹도끼란?

프랑스의 쌩 따슐지방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전기구석기를 대표하는 석기다. 오늘날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140만 년 전 아프리카지역에서 처음으로 나타나 오랜 시간 지속되다가 대체로 10만 년 전 쯤에 사라진 석기공작이다. 타원형 또는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으며, 양면으로 전면을 가공하여 펼친 두 손을 모은 모양의 것이 전형적인 아슐리안 주먹도끼이다. 석기에 전면으로 날을 세운 것이 처음이었고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하여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당시로서는 만능 석기이다. 기능에 비해서 공을 많이 들여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정교한 것들은 당시 사람들의 예술작품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

전곡리 구석기공작도 아슐리안형 석기공작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석기공작 속에 포함된 주먹도끼 때문에 붙여진 것. 주먹도끼는 타원형 또는 약간 길게 생긴 돌을 양쪽으로 가공하여 끝이나 측면에 날을 세운 것으로서 이른 시기의 구석기시대에 출현하는 석기인데 할렘 모비우스 교수의 학설에 따르면 전곡리 유적 발견 이전에는 인도를 경계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전기구석기를 대표하는 석기다.

전곡리유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주먹도끼가 발견되었고 특이한 점은 가로날 도끼도 상당수 포함된 것이다. 이 외에도 잘 다듬은 찍개와 피크들이 있고 여러면 석기, 긁개, 홈날 등의 석기들이 출토되었다. 석기들은 대체로 날을 세밀하게 다듬은 것들이 많지 않다.

▲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