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폭발 공포로 일본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투매' 현상이 빚어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나면서 대지진의 여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일본 펀드 투자자들이 원전 폭발로 추가 수익률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더 견디지 못하고 백기투항한 결과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4개 일본 주식형펀드의 최근 일주일 수익률(18일 기준)은 -11.6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1.13%)은 물론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4.02%)을 크게 밑돈다. 한 달 수익률도 -14.99%로 악화됐다.
대지진 사태가 반영되기 전인 11일만 해도 일주일 성과는 -2.00%였지만, 이후 일본 증시가 폭락하면서 수익률이 급락한 것이다.
일본 펀드 가운데 순자산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큰 '프랭클린템플턴재팬증권자투자신탁(A)(주식)'은 일주일 수익률이 -11.04%까지 추락했다.
'대신부자만들기일본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클래스 C1'이 -17.96%로 최악의 수익률을 보였고, '우리일본스몰캡증권투자신탁 1[주식]클래스 C1'이 -16.78%, '신한BNPP Tops JAPAN증권투자신탁 1[주식-재간접형]'도 -15.77%까지 추락했다.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자 자금 이탈도 이어졌다.
일본 펀드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174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 이후 순유출 총액이 18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이탈한 자금 대부분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빠져나간 셈이다.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2008년 4월 1조3천억원에 달했던 일본 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5천3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든 상태다.
특히 일본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은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로 인해 일본 증시가 장중 한때 14% 이상 폭락했던 15일에 집중됐다.
실제 '프랭클린템플턴재팬증권자투자신탁(A)(주식)'의 설정액은 14일 기준으로 8천100만원이 줄고 15일 기준으로는 오히려 4억6천800만원이 늘었지만, 16일 기준으로는 285억6천300만원이 감소했다. 17일에는 6억3천300만원이 증가했다.
자금 동향 집계에는 하루(1거래일)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16일 기준 자금 흐름은 일본 증시가 급락했던 15일 장중 펀드 투자자들의 반응을 반영한 것이다.
즉, 일본 대지진에 이어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15일 일본 증시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지자 투자자들이 더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에 나선 것이다.
'피델리티재팬증권자투자신탁(주식)' 역시 14일, 15일, 17일 기준으로는 설정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16일 기준으로는 설정액이 48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푸르덴셜재팬코아증권투자신탁 1(주식)',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푸르덴셜일본주식&리츠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재간접)'도 16일에만 설정액이 10억원 이상 감소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도 일본 주식 투자비중을 빠르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펀드리서치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EPFR)과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일본 주식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서는 2002년 1월 펀드 집계 이후 최대 규모인 7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투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팀장은 "일본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 펀드의 신규투자는 다소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미 장기 투자한 기존 투자자라면 현재 시점에서 추격매도보다는 관망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日 펀드 투자자들 좌절 그리고 투매
일주일 평균 수익률 -11.66%…174억 순유출
원전 공포 휩싸인 15일 환매 몰려
입력 2011-03-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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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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