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

편집기자의 '갈무리 영화' 되돌려보기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김용길, 지상사 , 317쪽, 1만3천500원.

저자는 영화광이다. 그의 오랜 닉네임이 '광화문 해리슨'이다. 뉴스를 다루는 일간지 편집자로서 세상의 칼날 위를 걷는 그는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나날이 스마트해지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교류는 오히려 퇴보하는 세상. 그래서 굳이 제목을 '태블릿PC에 꼭 담아둘 영화35'라고 붙였다. 책은 '사랑의 소통', '사람답게 사는 것', '순수, 그 잊혀지지 않는 것들', '액션불패' 등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으며, 각 주제를 잘 대변해 주는 '비포 선라이즈', '죽은 시인의 사회', '장미의 이름', '타인의 취향', '히트' 등 총 3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영화비평서가 아니다. 단지 영화를 들려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인의 외로움과 사랑,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서이기도 하다.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두번째 외출

■흔들리는 땅┃박규현, 화남, 319쪽, 1만1천원.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벽에 대한 노트 혹은 절망연습'으로 당선돼 문단에 등단한 박규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선생님과 어머니의 사랑을 어린이의 시점으로 그린 '흔들리는 땅'과 이웃집에 사는 늙은 과부와 홀아비의 사랑을 그린 '그 남자', 아가페적인 사랑의 극치를 형상화하고 있는 '등대'와 '황금식당', 일제 치하의 수난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바람부는 둥지'와 '불사조' 등 단편 8편과 중편 1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등단 후 20년 동안 쓴 작품들 중의 일부인데, 세상이 너무 춥고 쓸쓸해 안온한 곳으로 가서 어머니의 볼처럼 따뜻한 것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박한 풍경이 숨어있는 행간

■얼음 얼굴┃최동호, 서정시학, 80쪽, 9천원.

수원 출신의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시인이 자신의 서정시들을 모아 '얼음 얼굴'이라는 6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나뉘어 '명검', '거지아버지', '빵 냄새', '이상한 개구리' 등 40여편의 극서정시들이 담겨있다. 시인의 표현에 의하면 "소통을 지향하는 디지털적 집약의 시가 극서정시"라고 한다. 최 시인의 시는 어느 고즈넉한 산사(山寺) 한 귀퉁이에 있는 소박하고 정갈한 방을 연상시킨다. 시들은 대개 짧게 구성돼 있고, 여백이 많은 공간속에서 의미들이 함축되거나 암시적으로 처리돼 있다. 그리고 시를 통해서 삶의 깊은 뜻을 추구하기 보다는 삶의 결에 섞여 있는 빛이나 소리를 찾아내 일상적 삶을 아름답고 빛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